• 동아일보 26일 사설 <범민련 간부 ‘대북 충성맹세’에 침묵하는 정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6·15민족축전 행사장에서 북한 정권에 대한 ‘충성맹세’가 담긴 디스켓을 북측에 전달한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간부 우모 씨가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됐다. 남파 간첩 출신인 그는 “전향한 게 아니라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지칭)의 전사(戰士)로 살아 있다”고 충성을 다짐했다.

    그는 2000년 12월 남북이산가족 상봉 때도 비슷한 내용의 테이프를 보냈다. 그런데도 영장실질심사 때 그는 “각계 인사가 북에 가는데 이런 편지를 전달한 게 위법이냐”고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친북좌파 세력이 대한민국 체제를 얼마나 우습게 여기는지 여실히 보여 준 장면이다.

    지난해 범민련이 주관한 금강산통일기행 때는 빨치산 출신으로 국군 살해 전력까지 있는 비전향 장기수가 “과거와 지금 생각에 변화가 없다. 감옥 갈 때까지 주한미군 철수를 위해 투쟁하겠다”고 호언했다. 그는 북송 제의에 “묵묵히 남아 일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결국 두 사람은 북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일꾼’들인 셈이다.

    이들의 활동무대인 범민련은 대법원이 이적(利敵) 단체로 규정한 불법 단체다. 1990년 남과 북, 해외동포 등 3자 연대(連帶) 형식으로 출범했지만 실제로는 남을 분열시켜 적화통일 환경을 만들려는 북의 통일전선전략 아래 만들어졌다. 이번 6·15행사 때 남에 와서 ‘한반도 전쟁 화염’ 발언을 한 안경호가 북측 범민련 부의장이다.

    이런 범민련인데도 통일부는 이 조직 간부들의 민족축전 참가를 “개인 명의라 문제없다”며 허용했다. 그러더니 범민련 간부의 ‘충성맹세’에 대해서는 해명조차 않고 있다. 북의 ‘민족끼리’ 선전에 영합하느라 친북좌파가 활개 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부추긴 정부라서 이럴 때는 침묵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인가. 결국 노무현 정권의 정체성(正體性)이 문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