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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2일자 오피니언면 '아침논단'란에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법경제학 전공)인 박세일 전 한나라당 의원이 쓴 '한나라당은 창당(創黨) 수준의 혁신해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우리 국민들은 선거를 통하여 ‘국민의 마음’을 단호하고 확실하게 밝히는 경향이 있다. 이번 5·31 지방자치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하여 명백히 노(No)라고 선언한 것이다. 아무리 그럴듯하고 현란한 논리를 가지고 이야기해도 이제 당신들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두 번째 민심은 이제부터 한나라당과 우리나라 우파(右派)가 어떻게 하나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투표에 나타난 쏠림현상은 집권세력에 대한 실망과 분노의 깊이였지, 지금의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와 희망의 폭을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국민들에게 비치는 한나라당은 아직도 과거세력의 이미지가 강하다. 비전과 희망을 주는 미래세력, 21세기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이루어 낼 선진화 세력은 아니다.
그러면 선진화 세력으로 거듭나기 위해 한나라당은 어떠한 혁신을 하여야 하는가?
첫째, 가장 시급한 것이 ‘이념적 정책적 자기정체성’을 재정립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과연 이익집단인가? 가치집단인가? 어떠한 세계관과 역사관, 국가발전비전과 전략을 가진 정당인가를 확실히 해야 한다. 해방 후 정치 경제적 후진국에서 출발하여 오늘의 중진국까지 이루어 낸 ‘발전의 역사’를 어떻게 계승하고, 21세기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어떻게 이루어 낼 것인가에 대한 확고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여야 한다. 지도부는 물론이고 당원 모두가 이러한 당의 이념과 가치, 비전과 전략을 자기신념화해야 한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자유 법치 시장 세계’ 등 우파적 가치에 대한 이념적 자기 확신이 약했다. 심지어는 사회가 좌(左)로 쏠린다고 사이비 좌파의 흉내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 정책면에서도 이론적 자기소신이 약했다. 통일, 수도분할, 언론법, 과거사법, 부동산대책 등에서 집권여당과의 이념적 정책적 차별성을 확실하고 단호하게 보여주지 못했다. 한나라당의 존재이유를 스스로에게 물었어야 했다.
둘째, 한나라당은 ‘지역구도’를 깨고 ‘전국 정당화’의 길로 나가야 한다. 대선후보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정당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우리나라 정당구조의 통폐인 ‘인물중심, 지역중심’의 폐쇄적 관료적 ‘패거리 정당’ 구조를 극복하고, ‘비전과 정책중심’의 민주적 개방적 ‘시민 정당’ 구조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재창당(再創黨) 수준의 혁신계획이 있어야 한다. 현재의 의사결정구조, 충원구조, 그리고 정책능력을 가지고는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 선진정당이 될 수 없다. 더 이상 지역구도에 안주하지 말고, 더 이상 대선후보에 과다 의존하지 말고, 비전과 정책능력, 열린 충원구조, 참여적 의사결정구조 등 정당자체의 시스템개혁에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그래서 시민정당, 정책정당, 전국정당화를 통하여 국민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셋째, 한나라당은 우리나라 ‘범 우파(汎右派)’의 대동단결에 앞장서야 한다. 5·31 이후 지금부터 한나라당을 포함, 우리나라 우파 전체의 자기개혁능력이 심판받는 ‘우파 위기의 시기’가 올 것이다. 그동안 우파는 분열로 망했다. 사욕(私慾)으로 망했다. 우파가 공동체가치를 위하여 얼마나 자기희생을 할 수 있는지 묻게 될 것이다. 한나라당은 당내 단결과 더불어 ‘범우파’의 결집과 연대’에 앞장서야 한다. 우선 자신들의 울타리를 없애야 한다. 그리고 열과 성을 다하여 정통우파, 신(新)우파, 중도(中道)우파 등 모든 우파세력을 모아내야 한다. 민주당, 국민 중심당, 고건 전 총리의 희망연대 등 모든 우파세력을 대동단결해 내야 한다. 도대체 범 우파가 추락하는 민생을 구하고 나라의 선진화라는 지상의 국가과제 앞에 단결 못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지금 인기 높은 한나라당부터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스스로를 한없이 낮추어야 한다.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새 역사가 창조될 수 있다. 그리고 국민들은 안심하고 각자의 생업에 매진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