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8일 ‘반(反)한나라당’ 성향이 강한 광주에서 5·31지방선거운동 스타트를 끊었다. 당 대표에 취임한 이후 꾸준히 호남에 공을 들여온 박 대표는 대선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선거도 광주에서 출발하며 호남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나타낸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호남에서의 당 지지율을 두 자릿수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박 대표는 이날 특별히 ‘광주·전남도민에게 드리는 글’까지 준비하면서 ‘호남 사랑’을 과시했다.

    그러나 박 대표의 ‘호남구애’가 첫 출발부터 삐끗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한총련의 반대시위로 불가피하게 거리유세 장소를 금남로 민주광장에서 충장로 우체국 앞으로 변경한 것이다. 당초 박 대표는 5·18민주화운동의 상징인 금남로 민주광장 ‘민주의 종각’ 앞에서 ‘광주·전남도민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한 뒤 거리 유세를 통해 이번 호남행의 효과를 극대화하려 했지만 한총련 산하 남총련 소속 대학생 100여명이 “광주 학살의 후예 한나라당은 광주를 떠나라”며 반대시위를 벌여 무산됐다.

    남총련 학생들은 박 대표가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는 동안에도 “한나라당은 민주화의 성지를 이용하지 말라”고 핏대를 세웠으며 박 대표 일행이 탄 버스를 향해 입간판과 물통 등을 집어던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박 대표는 준비한 ‘광주·전남도민에게 드리는 글’도 발표하지 못하고 20여분 만에 자리를 떠야 했다.

    박근혜 “호남 위해 가장 노력하는 게 한나라당이라는 답 나올 때까지…”

    박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이야기로 첫 유세를 시작하며 광주시민들의 시선을 잡기 위해 애썼다. 그는 “광주에서 첫 거리유세를 시작하게 돼 기쁘다”고 말문을 연 뒤 “지난번 김 전 대통령을 방문했을 때 앞으로 지역화합과 국민통합을 위해 노력해 달라는 당부를 했다”며 “지역화합과 국민통합이 시대가 요구하는 사명인 만큼 앞장서겠다. 민주화를 위해 앞장서 온 광주가 이제는 국민통합과 선진한국을 이루는데 앞장서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앞으로 누가 호남을 위해 가장 노력하느냐고 물었을 때 주저 없이 한나라당이라는 답이 나올 때까지 모든 정성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여당에 대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세계 경제는 30년 만에 호황을 맞고 있는데 지금 이 나라는 위기다. 일자리가 너무 없고 청년 실업이 최고이며 살기 힘들어서 출산율을 최저다”며 “왜 이렇게 됐느냐. 무책임하고 무능한 현 정권 때문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민생을 돌보지 않고 이념과 코드로 국민을 편 가르는 데만 힘썼다. 이렇게 자기들 마음대로 나라 바꾸는 데만 신경 썼으니 민생과 경제는 언제 챙겼겠느냐”며 “이 정권이야 말로 모든 면에서 실패한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 정권을 이번 지방선거에서 심판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다”며 “올해는 이 정권을 심판하고 내년에는 이 정권을 교체해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선진한국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광주 거리유세를 마친 뒤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가 열린당 염홍철 후보를 맹추격하고 있는 대전으로 가 지원유세를 펼쳤으며 19일에는 제주도와 충청도, 경기도를 방문할 예정이다.

    박 대표의 광주유세에 대해 호남출신인 이정현 부대변인은 “한나라당 지도부가 호남에서 첫 거리 연설을 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고 광주·전남·전북에서 시·도지사 후보를 삼고초려로 영입해서 지역민들 앞에 선을 보인 것도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호남의 변화징후이고 한나라당으로서는 호남지역에서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희망과 기대를 갖게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광주가 변하고 있다는 증거이고 한나라당이 지난 2년 동안 광주에 쏟아온 관심의 진정성이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증거”라고도 했다.

    이날 광주 유세에는 이강두·김영선·이규택·김학원 최고위원과 박희태 국회부의장, 허태열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