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전 대통령의 6월 방북을 논의할 남북의 실무대표단이 이틀째 금강산 호텔에서 협의에 들어간 가운데 ‘DJ 방북’과 관련, 그 자격과 의도 등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갖가지 의혹과 문제점을 놓고 뜨거운 논의가 이뤄졌다. 

    자유시민연대∙시국선언모임은 17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실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관련 국민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난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DJ정부가 북한에 송금한 5억 달러 등을 근거로 이번 DJ 방북이 단순한 개인자격의 방북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 대세였다. 또 이번 DJ방북이 연방제를 논의하기 위한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김 전 대통령이 특사자격이 아니라는데 그렇다면 무슨 자격으로 방북을 하는 것이냐”고 반문한 뒤 “6.15 공동선언의 '낮은 단계 연방제안과 DJ가 주장해 온 연합제안이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은 헌법에 비추어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이전부터 제기되어 왔다”면서 “정권 재창출을 위한 남북합작을 획책하는 것은 아니냐”고 사전 뒷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북한 대남전략의 실체’란 주제로 발표한 송영대 전 통일원 차관은 ‘DJ 방북의 문제점’과 관련, “김정일은 아무런 대가 없는 초청은 절대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는 남한 내 반보수대연합전선 형성의 중심고리로 DJ를 이용하려 할 것”이라며 “DJ가 노무현 대통령 및 친북좌파들의 배후에서 적절히 작용해 좌파연합전선 형성에 중심역할을 해주길 기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DJ가 이번 방북을 통해 6.15 공동선언 이행을 완결하려는 데 역점을 두는 것과 동시에 남북연합제에 대해서도 강한 의지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6.15 공동선언 중 아직도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 김정일 답방을 통한 제2차 정상회담 문제와 통일방안 문제인데 DJ가 대통령 특사나 정부 대표가 아닌 개인자격으로 방북한 입장에서 남북연합제와 같은 통일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과연 적합하느냐, 무슨 합의를 하든 그것은 구속력이 없다”고 역설했다.

    ‘DJ 방북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은 뉴라이트 전국연합 공동대표 제성호 중앙대 교수 역시 DJ 방북에 따른 제2의 대북 뒷거래 가능성에 대해 “2000년 6월 5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주고 정상회담을 산 DJ 전력에 비추어 이번 재방북에는 뒷거래가 아닌 대북 앞거래가 공공연히 행해질 것으로 관측된다”면서 “이번 방북은 대규모 대북지원을 위한 ‘비단길깔기’의 의미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DJ의 경의선 열차 방북 가능성에 대해서도 “설령 DJ의 열차방북이 성사된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상징적이고 1회성 이벤트에 그칠 것”이라면서 “북한이 경의선 개통을 통한 민간주민의 대규모 열차방북을 허용할 준비가 아직까지 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승환 변호사는 ‘헌법으로 본 6.15 공동선언-6.15 남북공동선언(제2조)의 위헌성’이란 발제에서 “6.15 남북공동선언 제2조는 영토조항,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헌법 제4조에 정면으로 반하는 위헌적 행위의 산물”라며 “김 전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해야 하는 대통령의 헌법상의 책무(헌법 제69조)를 포기했으며 이 같은 위헌 문서에 서명한 행위는 탄핵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한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라면서 “김 전 대통령은 국제법 교과서에나 등장할만한 일견 당연하게 보이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교묘히 은폐된 방법으로 결과적으로 북한의 통일방안인 ‘낮은 단계의 연방제(고려 연방제) 수용의 위험성을 초래하는 엄청난 위헌을 했다”고 덧붙였다.

    토론회에 앞서 자유시민연대는 김 전 대통령에게 ▲무슨 자격으로 방북하는가 ▲개인자격이라면 그게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정권 재창출을 위한 남북합작모색이라는 정략적 목적이 없다고 다짐할 수 있는가 ▲연방제 논의하려는 게 아니라고 다짐할 수 있는가 ▲김정일이 주한미군의 주둔에 대해 통일 이후까지 양해했다”거나 “돈을 준 일이 없다”는 등의 거짓말을 한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한편, 국민행동본부는 18일 오후 2시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DJ방북 저지를 위한 대규모 대회를 개최한다. 이와함께 이들은 평택반미폭력시위에 대한 규탄도 함께 할 예정이다. 또 라이트코리아는 25일 서울 동교동 삼거리에서 ‘DJ방북저지 동교동 궐기대회’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