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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트렌드 역행하는 상속세 중과(重課)

입력 2006-05-16 15:50 | 수정 2006-05-16 17:19
문화일보 16일자 오피니언면에 뉴데일리 객원칼럼니스트인 이상돈 중앙대 법학과 교수가 쓴 시론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전경련 등 경제단체에서 우리의 현행 상속세 제도로 인해 기업 승계가 불가능해지고 있다면서 시정을 요구하고 나서 추이가 주목된다. 많은 나라가 상속세를 아예 폐지하거나 축소하고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만 유독 고율(高率)의 상속세를 부과하고 있어 경영권 승계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정부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상속세는 부(富)의 승계를 막아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세금이라고 주장한다.

현재의 상속세 제도 아래에선 30년 정도만 지나면 우리나라의 큰 기업들은 대부분 창업가(家)의 손을 떠나게 될 것이다. 50%가 넘는 막대한 상속세를 내기 위해 상속인들은 주식을 처분하는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경영권 장악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창업가의 손을 떠난 ‘주인 없는 기업’이 잘 운영될 것 같지만 과거 기아자동차의 경우에서 보듯이 그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그런 기업이 소액주주의 손에 머물기보다는 외국계 투기자본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을 것임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세금 낼 돈으로 투자를 했으면 초일류가 될 만한 우수한 기업이 론스타 같은 외국 펀드의 수중에 떨어질 것이라는 말이다.

상속세가 반드시 대기업에 국한된 문제만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웬만한 중소기업주는 상속세를 맞게 될 것이다. 기업주가 사고나 급환으로 별안간 사망하는 경우는 특히 비극적이라서, 세금 내다가 멀쩡한 기업이 도산하기도 한다. 자기 소유 건물에서 제법 규모가 큰 식당을 운영하다가 사망하면 자식들이 상속세를 내기 위해 건물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이처럼 상속세 중과(重課)는 대(代)를 이어 가업을 계승하는 아름다운 관행을 금지하는 것이다.

상속세가 기업인에게만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 소득과 자산가치가 증가한 데다가 재산세 과표마저 현실화해 평범한 중상층 가정도 상속세 벼락을 맞을 수 있다. 부모의 일방이 사망하면 기본적으로 10억원, 혼자 계시던 부친 또는 모친이 사망하면 기본적으로 5억원의 공제를 인정받으며 초과분에 대해선 상속세가 부과되는데, 부유층이 아니더라도 이런 기준을 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재산의 대부분이 주택인 한국인의 자산 구조 특성 때문에 부모 사망시 상속세를 내기 위해 주택을 팔고, 그러다가 양도세마저 내야 하는 비극이 발생할 수 있다. 사람이 죽어서 애통한데 정부가 도와주기는커녕 돈을 훑어 가는 것이다.

상속세는 경제활동의 기본단위가 가정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무시한 반(反)윤리적인 세금이다. 상속세 때문에 열심히 일해서 저축하고 투자하는 동기를 상실하게 된다. 상속세는 온갖 세금을 다 내고 모아진 재산에 대해 그 돈을 모은 사람이 사망했다는 이유로 또다시 부과하는 부당한 이중과세이며, 열심히 일한 사람을 벌하는 부도덕한 세금이다. 상속세 때문에 흥청망청 쓰고 죽자는 나쁜 풍조가 생기며, 자식을 낳아 키울 동기를 저감시키기도 한다.

상속받은 재산이 없는 사람은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은 두뇌·성격 등 모든 면에서 원래 불공평하게 태어나는 것이지, 부모의 재산 차이만 불공평한 게 아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많은 돈을 들여 공부시켜서 전문직업인으로 키워내는 데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부모가 자식에게 가업을 물려주는 데 고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

호주 이탈리아 스웨덴 이스라엘 등 많은 나라가 상속세를 폐지한 데 이어 미국도 ‘상속세 영구폐지법’을 통과시키려 하는데, 유독 한국만 기업 재산이 사회로 환원돼야 한다는 등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미국의 헤리티지재단은 미국이 연방 상속세를 폐지하면 투자가 촉진돼 연간 17만∼25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이로 인해 세수(稅收)가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경청할 만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이상돈 / 중앙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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