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5월 18일. 제26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이면서 5·31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이기도 한 이날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여야가 광주광역시로 총출동한다. 여야는 모두 이날 광주에서 5·18기념행사에 이어 지방선거 출정식도 가질 예정이다.

    열린당 ‘광주사태 발언 파문, 5·18로 잡자’ 

    호남의 중심부인 광주를 놓고 민주당과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열린우리당은 오는 17일과 18일 5·18기념행사를 잡고 소속 의원 전원과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들을 광주로 총집결시켰다. “광주를 놓치는 것은 5·31의 패배를 의미한다”며 ‘집토끼’ 사냥을 위해 광주에 올인하고 있는 정동영 의장은 당일 광주 현지에서 대규모 유세를 갖고 본격적인 호남 공략에 시동을 건다는 계획이다. 정 의장은 15일 “광주에서 5·18과 함께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열린당이 대역전을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열린당은 또한 이번 기회를 통해 최근 이원영 의원의 ‘광주사태’ 발언에 대한 여진을 가라앉히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열린당은 이 의원의 발언으로 파문이 확산되자 이 의원의 당 인권특별위원장직을 박탈하고 즉각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호남에서 두자리수 지지율 꿈 아니다’

    한나라당도 5·18기념식에 이어 5·31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의 출발도 광주에서 알린다. 한나라당의 5·18광주행은 이번 지방선거보다는 내년 대선을 향해 있다. 호남에서 2~3%대의 당 지지율만으로는 대선 승리가 어려운 만큼 두 자릿수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호남에 꾸준히 공을 들여온 박근혜 대표는 이날 광주 5·18기념식에 참석한 뒤 광주시당에서 출정식을 겸한 선거대책회의를 연다. 당일 회의를 통해 ‘광주시민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하고 광주문화중심도시 프로젝트 지원, 호남고속철도 2015년 조기 완공 등 호남 민심을 파고들 공약도 내놓을 예정이다. 또한 지방선거 첫 지원유세도 광주 충정로에서 시작해 전남·북으로 이어가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적인 지방선거 판세에서 우세를 달리고 있는 한나라당은 이번에는 호남 지역에서 지방의원 비례대표를 배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 출신 호남 지방의원은 전남·북 도의원 각 1명뿐이다.

    가장 먼저 광주로 떠난 민주당 “이원영 의원직 사퇴해라”

    열린당의 대대적인 호남 공략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는 민주당은 한발 앞서 15일 광주로 떠났다. 이날 광주·전남 선대위 발대식을 시작으로 16일 전북 선대위 발대식을 가진 뒤 17일에는 한화갑 대표 등 당 지도부와 후보자들이 참석한 5·18기념 사전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18일에는 공식 기념식에 참석한 뒤 광주역 광장에서 지방선거 첫 유세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이번 5·18을 통해 이원영 의원의 ‘광주사태’ 발언을 최대한 부각시켜 호남 민심을 확실히 붙잡겠다는 계획이다. 당장 한화갑 대표는 15일 광주에서 진행된 광주·전남 선대위 발대식에서 이원영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한 대표는 “5·18광주 항쟁 동안 질서유지는 광주시민이 더 잘했다. 광주항쟁 기간 동안 상점하나 약탈당한 적이 없다”며 “그런데도 질서유지 차원에서 군을 투입했다는 말이냐. 열린당은 즉각 (이 의원을) 출당조치 하고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진보세력 결집 노리는 민노당 “광주에서 열린당 심판, 대세 잡겠다”

    5·18광주 행렬에 동참한 민주노동당은 ‘광주사태’ 발언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열린당과 민주당을 싸잡아 비난하며 진보세력 결집을 노리는 모습이다. 민노당은 17일 5·18기념 전야제 행사에 참석한 뒤 18일 광주에서 지방선거 돌입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박용진 대변인은 “요즘 열린당과 민주당이 선거를 앞두고 광주를 놓고 추악한 경쟁에 돌입해 보기 민망하다”며 “이런 식의 지역주의 색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행위와 정치경쟁은 광주를 모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광주에서 민노당이 개혁배신세력 열린당을 심판하기 위한 대세를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선대위 지도부와 호남권 지역의 후보들과 당원이 광주행사에 참여하고 공식선거운동돌입을 선언할 것”이라며 “진보개혁세력 대표주자 교체론을 전면에 내걸고 단지 이번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대선까지 바라보는 선거의 승리를 낚아 올리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