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 강금실, 한나라당 오세훈 두 서울시장 후보가 첫 맞장토론을 벌였다. 두 사람은 8일 서울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으로 출마 후 첫 맞대결을 펼쳤다.
그동안 민주당 박주선 민주노동당 김종철 후보와 함께 몇차례 TV토론을 통해 입씨름을 벌인 바 있지만 두 후보만이 대결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 쫓고 있는 강 후보 측에선 이번 토론이 매우 중요했다. 고공행진하고 있는 오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좁혀야 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맞장토론인 만큼 오 후보 지지율을 깎아먹고 동시에 자신의 경쟁력을 부각시켜 좀처럼 상승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의 지지율도 반등을 꾀할 수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
강 후보 측도 내심 이날 토론회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기대했던 눈치였다. 본격적으로 오 후보에 대한 공세를 펴기 시작한 강 후보 측은 오 후보의 '서민'발언을 이날 토론회의 주요 이슈로 부각시켜 '서민후보'로서의 차별화를 시도할 계획을 갖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토론회가 끝난 직후 강 후보 측 한 관계자는 바라던 방향으로 토론이 진행되지 않은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한 취재진이 "원하던 바가 아니지 않아요?"라고 묻자 이 관계자는 "그러게… 이게 아니었는데…"라며 아쉬움을 표출했다.
토론회 역시 두 사람의 '맞장토론'으로 기대와 이목을 집중시킨 것 만큼은 긴장감을 주지 못했다는 분위기다. 토론을 지켜본 다수의 관계자들도 "밋밋하다"고 평가했다. 이를 의식한 듯 강 후보 측 한 관계자도 일부 취재진에게 "좀 밋밋했지?"라고 묻기도 했다.
2시간 가량 진행된 토론회에서 두 후보는 이렇다 할 공방도, 장내를 긴장시킬 만한 설전도 벌이지 않았다. 두 후보는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 뉴타운 개발, 주민소환제, 시청이전 등에 대한 기존 입장차를 재확인시켰을 뿐 새로운 내용을 보여주진 못했다. 때문에 지지율을 좁혀야 하는 강 후보 입장에선 좋은 기회를 잃어버린 셈.
강 후보도 토론 초반에는 오 후보의 '서민' 발언을 이슈로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강 후보는 "최근 열린당이 오 후보에게 보낸 13개 항목을 보면 정책이나 비전보다 개인에 관한 질문이 대부분인데 이런 것들이 네거티브 아니냐"고 한 패널이 묻자 "나는 출마하자 마자 네거티브에 심하게 당했다"고 하소연 한 뒤 "내가 말한 네거티브는 반칙을 말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책의 진정성 뿐 아니라 지도자로서의 리더십 도덕성 자질. 이런 부분에 대한 것은 네거티브가 아니다"고 주장한 뒤 "후보자의 재산검증 자녀의 병역비리 이런 문제도 다 자질을 따져보려고 제기하는 게 아니냐. 근거없는 비방은 없어져야 하지만 후보자의 자질문제는 검증되는 게 맞고 그 점에서는 나도 철저히 검증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후 진행된 토론이 정책에 대한 질의응답으로 진행되며 이 같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반면 오 후보 측은 '괜찮았다'는 분위기다. 오 후보 측 한 관계자는 토론회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상대 후보가 못하니까…"라며 만족스러워 했다. 실제 오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도 높은 지지율 만큼 시종일관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오 후보는 자신의 출마에 대해 "기회주의적이란 비판이 있다"는 비난과 "당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패널의 지적엔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며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확실히 차단하려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슈로 부각되진 못했지만 오 후보의 '서민'발언 등 열린당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20%P 이상 차이나는 지지율을 좁히기 위해선 분위기를 크게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기 때문. 네거티브 선거전략'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열린당의 오 후보 공격에 강 후보도 "후보 자질검증"이라고 맞서고 있는 만큼 강 후보 역시 오 후보에 대한 공세를 중단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