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정다툼으로까지 번진 양천구청장 공천을 둘러싼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과 추재엽 현 구청장간의 갈등에 ‘엉뚱하게’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휘말렸다. 지난 4일 있었던 추 구청장의 5·31지방선거 출마 기자회견장에 홍 의원이 참석한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 홍 의원은 당내 서울시장 후보 경선 과정에 도움을 준 추 구청장에게 고맙다는 뜻을 전하기 위해 잠시 들러 인사만 하고 자리를 떴다. 홍 의원은 개인자격으로 참석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양천구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란다”는 정도의 인사만 단상이 아닌 앉은 자리에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홍 의원의 이 같은 인사말이 양천구케이블방송을 통해 방영되자 양천구민들을 중심으로 ‘홍 의원이 추 구청장을 지지한다’고 전해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당장 한나라당 양천구청장 후보 자리를 두고 추 구청장과 경쟁을 벌였던 이훈구 후보가 당에 항의서한을 보내는 등 발끈하고 나섰다.

    이 후보 측은 6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어떤 지지나 애정 표시도 없었으면서 비리 혐의로 공천을 못 받고 탈락한 현 구청장 출마 기자회견에 나타난 것 자체가 해당행위”라며 “홍 의원의 행동은 양천구청장 후보 공천이 잘못됐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강력 반발했다. 이 후보 측은 8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면담을 요청하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서한을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홍 의원 홈페이지에도 양천구민으로 보이는 네티즌들의 항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네티즌 ‘양천구’는 “홍 의원은 어째서 공개적으로 추재엽을 지지하느냐. 이 후보와 양천 갑·을 지역 한나라당 당원들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으며 ‘신월동’은 “방금 TV에서 봤다. 한나라당 소속도 아닌 사람을 지지할 정도면 두 분 사이가 얼마나 친한지 알겠다”고 비꼬았다.

    또한 양천구청장 공천을 두고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과 추 구청장 사이에 법정 공방이 벌어지는 등 ‘복잡한 지역 사정’과 맞물려 홍 의원이 추 구청장을 지지함으로 인해 원 의원과 ‘한판’ 붙으려 한다는 추측성 글까지 난무하고 있다.

    ‘이치우’는 “무슨 일로 원 의원을 저격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게임을 해보나마나”라며 “심심하면 어불성설하는 원 의원이 안 좋게 보였는데 이번에 제대로 그물망에 걸린 듯하다”고 말했다. ‘신림동’은 “지금 원 의원 지지자에서 철회하는 사람이 많다. 만약 홍 의원이 추씨를 지원한다면 게임 끝난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홍준표 “답례차 개인자격으로 참석, 이훈구 지지한다”

    이에 대해 홍 의원 측은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서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잠깐 참석한 것”이라며 “서울시장 후보 경선 때 당원으로 많은 도움을 준 추 구청장에 대해 감사 표시를 하러 갔을 뿐 발언 내용 어디에도 추 후보를 지지한다는 말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추 구청장이 한나라당 당원도 아닌데 지지 발언을 한다는 것이 가능하냐. 홍 의원도 3선의 중진의원인데…”라며 “홍 의원은 원 의원과 추 구청장이 법정공방까지 갔다는 것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홍 의원은 이날 오후 해명서를 배포하고 직접 진화에 나섰다. 홍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 경선과정에서 추 구청장은 공천 탈락이전에도 나를 지지해 줬고 공천 탈락 이후에도 40여명의 대의원을 데리고 지난달 25일 서울시장 후보 경선장에 나와 지지해 줘 그에 대한 답례차 사무실 개소식에 갔다”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출정식이 시작되기 전에 간단하게 식장 단하에서 ‘서울시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추 구청장이 나를 지지해 준데 대한 개인적인 의리차원에서 왔으나 추 구청장을 지지할 수는 없다. 양천구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한데 대해 유감이다’고 바로 퇴장했다”면서 “이 일에 대해 바로 원 의원과 통화해 유감표시를 했고 오늘 오경훈 전 의원에게도 사정을 말씀드리고 유감표명을 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이 공식적으로 공천한 이 후보를 지지하고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 또 선거 때도 변함없이 이 후보를 지지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추 구청장 측도 “홍 의원이 당시 개인자격으로 와 단상에도 올라가지 못하고 간단하게 의례적인 인사만 하고 갔다”며 개인자격임을 강조했다. 홍 의원의 당시 발언에 문제될 부분은 없었음을 강조한 그는 이 후보 측에서 이번 사태를 확대시키려 한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