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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장 진입을 두고 극한 대치상황을 벌이고 있는 2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장외’에서 ‘한판’ 붙었다. 국회에서 의원들 간 몸싸움이 벌어진 원인에 대해 서로 남탓을 하며 책임공방전을 벌인 것이다.
열린당 “표 떨어지는 소리 안들리나, 국회로 돌아와라”
포문은 열린당이 먼저 열었다.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본회의장 앞을 벗어나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은 노웅래 원내공보부대표는 “한나라당이 민생·국익 관련 시급한 법안을 물리력으로 막고 있다”며 “한나라당은 표 떨어지는 소리가 안 들리는지 궁금하다. 사과상자에서 표가 우수수 떨어지는 소리를 못 듣는 것인지, 작당이라도 한 것인지 우려스럽다”고 비꼬았다.
노 부대표는 “국회는 타협을 통한 입법의 장이 돼야 마땅한데 지금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부끄러울 뿐”이라며 “국회를 싸움의 장, 막말의 장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은 국회 파행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중자애하는 자세로 돌아올 것을 촉구한다”며 “국민들은 국회의 추한 모습을 더 이상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훈계’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은 부동산대책법안을 처리하지 못하게 해서 집값이 올라 서민들을 길바닥으로 내쫓고자 하는 것이냐”며 “동북아역사재단법에 대한 입장도 밝혀야 한다”고 추궁한 뒤 “상임위 활동을 통해 여야의 이해관계 없이 합의한 내용인 민생·국익 관련 법안을 막는 것은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처음부터 4월 국회를 공전시켰다. 당적 이탈을 빌미로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하더니 4월 국회 내내 모든 상임위를 보이콧했다”며 “한나라당은 할 수 있는 것이 보이콧 밖에 없느냐”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주거안정 대책과 주권수호 문제보다 사학법 재개정이 더 중요하다는 한나라당의 판단 기준을 보면서 이런 정당에 나라를 맡겼다가는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나라 “여직원 내세워 성추행 유도하는 열린당, 상식이하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적반하장’이라고 응수했다. 이계진 대변인도 곧장 국회기자회견장을 찾아 와 “열린당의 어처구니없는 논평을 듣다 보니 국민들이 오해할까봐 바로잡으려 왔다”며 “국회 파행의 책임은 전적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당에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하든지, 열린당이 여당으로서 기본적인 도리를 갖추든지, 김원기 국회의장이 입법부 수장다운 자부심을 갖고 있든지 했으면 이런 사태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열린당은 당초 약속을 깨고 대국민 선전용으로 정동영 의장의 지지율 높이기를 위한 잔꾀를 부리며 국민들을 속이려 하고 있다”며 “답답한 노무현 대통령이 여당에 양보를 권유했는데도 국민 앞에 거짓 선전을 하면서 한나라당 탓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번 사태는 노 대통령의 권위 실추, 정 의장 정치력 부재 재확인, 대통령 레임덕 재촉, 대통령-열린당 불화 심화, 열린당 여당 포기 수순 밟기 돌입 의혹 그리고 여권 전체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극렬지지자는 확고히 얻겠지만 일반 국민들의 마음은 잃을 것이다. 소탐대실이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본회의장 진입을 막으려 여직원들을 배치한 열린당의 방식에 대해 “한심한 작태”라고 비웃었다. 그는 “열린당 의원들 앞줄에 비서진으로 보이는 여성을 배치한 것은 본회의장 입장을 시도하려는 한나라당 의원들로 하여금 신체접촉 과정을 유도해 성추행 했다고 뒤집어씌우려는 상식이하의 방법”이라며 “대한민국 집권여당의 한심한 작태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개탄했다.
열 "서민들 땅을 치고 분노" vs 한 "전국 땅값 올려 놓고 무슨 소리" 피켓시위 신경전
한편 여야 의원이 대치를 벌이고 있는 본회의장 입구에서는 열린당 의원들이 '고이즈미 앞에서는 굴욕외교, 동북아재단법은 끝내 저지' '서민들은 땅을 치고 분노한다' 등의 종이피켓을 들어 보이자, 한나라당측은 '독도가 아니라 타케시다라면서요' '전국 땅값올려놓고 무슨 소리인지요'라는 글귀를 들고 맞섰다.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이 "오늘 대치정국의 원인은 '전교조에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대명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열린당 정청래 의원이 "한나라당에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며 맞대응하는 등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오전 10시 50분 현재, 본회의장 진입에 실패한 한나라당 의원 40여명이 출입문앞에서 열린당 의원들과 1미터가량 간격을 두고 돗자리를 편 채 마주앉아 대치, 농성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