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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도 좌파실험을?

입력 2006-05-02 09:22 | 수정 2006-05-02 10:55
조선일보 2일자 오피니언면에 언론인 류근일씨가 쓴 칼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근현대(近現代) 러시아 혁명사의 중요한 두 페이지가 넘어가는 데는 꼭 166년의 세월이 걸렸다. 1825년의 데카브리스트(12월 당) 반란에서 1917년의 볼셰비키 혁명까지가 92년, 그로부터 소련연방이 해체되기까지가 74년이 걸렸다. 이에 비한다면 당대 한국의 정치변동사는 너무나 빠르게 돌아갔다. 1960년의 4·19 혁명에서 5·16 쿠데타까지가 1년, 그로부터 1987년의 개발독재 종식까지 26년, 노태우 과도기와 김영삼 문민정부 10년, 그리고 김대중·노무현 ‘민족 민주 민중’ 시대 8년, 그야말로 46년간의 초(超) 스피드 ‘압축’이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한가지 때늦은 역류현상이 일어났다.

비록 온갖 진통과 부작용은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가 산업화 민주화 세계화 선진화의 길로 착실하게 나가는가 싶더니 그 막바지에서 요동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가 이미 1990년대 초에 쓰레기 종말처리장에 처박은 ‘제국주의론’ ‘민족해방론’ ‘계급투쟁론’의 찌꺼기가 우리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화시대’를 덥석 물어갔으니 말이다.

이를 두고 ‘오랜 세월 당했던 사람들의 한(恨) 풀이’라고 설명한다면 굳이 끝없는 입씨름을 벌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 조금이라도 늘어나기라도 했다면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지금같이 썰렁한 지지율 속을 헤매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정치사 최초의 ‘권력형 좌파실험’도 결국은 이렇게 해서 자지러지는 추세다. 문제는 이런 ‘좌파의 실패’가 이것으로 그 종말을 고할 것이냐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는 2007년 대선에서 또다시 예상 밖 반전(反轉)의 사이클을 만들어 낼 수 있겠느냐 없겠느냐 하는 문제이다.

몇 가지 ‘비(非)좌파’ 진영이 좋아할 만한 징후는 있다. 지난 선거에서 좌파 권력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 20~40대의 태반이 ‘보수화(?)’했다는 최근의 여론동향이 우선 그것이다. 좌파 서슬에 움츠려 있던 학교당국이 요즘엔 신기하게도 학생회 행패를 대놓고 질책하고 있다. 학생들이 선생들을 감금하며 난동을 부리자 일반 학생들이 들고 일어나 이를 성토한 사례도 있었다. 어떤 연구자는 “청소년층에 영합하기 위해 꼭짓점 춤이나 추려는 정치인들을 그들은 ‘찌질이’라고 흉본다”며 “그래서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편이 오히려 낫다”고 충고했다. ‘진보 문화’에 어쭙잖게 편승하는 것만이 득표의 보증수표가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 40년 ‘진보’의 아성 서울대학 학생회장 선거에선 반(反)운동권 후보가 이기기도 했다.

그러나 40대, 20대의 변화가 곧바로 ‘비좌파’ 진영의 역전승으로 직결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좌파의 실패’를 처음부터 확신한 기성층과는 달리, 좌파정권의 무지와 무능력에 실망한 어제의 ‘좌파성향’이 아직도 좌파와 일부 공유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좌파가 되기엔 너무나 세속화됐으면서도 스스로 ‘진보’나 ‘중도’ 취향임을 자임한다. 자녀들을 미국에 보내는 등 미국과 서방을 동경하면서도 입으로는 반미를 얘기하는 데 익숙해 있다. 운동 경기장에서 미국 심판에 얼굴 붉히는 것을 ‘민족적 자긍’의 표본이라고 생각하는 데 맛들여 있다. 이들의 이런 ‘진보(?)’ 취향은 아무리 좌파가 실패해도 체질적으로 왕년의 주역(主役)들과 ‘코드’가 맞을 리 없다. 그래서 그들은 좌파의 ‘반미(反美)’ ‘우리민족끼리’ ‘양극화’ 선동에 어렵지 않게 휘말릴 소지를 여전히 안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을 ‘김정일 연합군’의 영향권으로부터 어떻게 대한민국 쪽으로 확실하게 끌어올 것인가?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출간, ‘뉴 라이트 재단’과 ‘자유교원조합’의 출범은 바로 그런 필요성에서 의미 있는 전기(轉機)였다. 대한민국 현대사가 굴욕의 역사가 아님을, 좌파적 ‘자주’ ‘자립’ 운운이 국익과 합치하지 않음을, 그리고 저들이 만든 교과서가 허구임을 만천하에 내걸어야 한다. 이 불씨를 계속 살려야만 평택 미군기지 예정지의 ‘해방구’, ‘장기수 선생님과 함께하는’ 회문산 ‘해방구’를 2007년에 다시 대한민국의 영토로 편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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