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칠 것 없어 보이던 '오풍(吳風)'이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한나라당 최고위원으로서 소장파의 수장으로 꼽히는 원희룡 최고위원의 선대본부장 내정이 알려진 것이 화근.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당 홈페이지와 오세훈 후보의 홈페이지를 통해 원 최고위원에 선대본부장을 맡기는 것은 '오 후보와 당이 자멸하는 길'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원 최고위원이 소장파와 함께 한나라당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고 위기 상황마다 뒤에서 '혼자 튀기위한 딴지'를 걸어왔으며, 박근혜 대표 등 당 지도부와도 사사건건 충돌을 일으켜왔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선대본부장 내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한나라당의 이념과 정체성에 적합한지 조차 의심스러운 원 최고위원이 선거 전면에 나서는 것 자체가 해당행위며, 결국 당의 분열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일부 강경한 네티즌들은 원 최고위원에 선대본부장을 맡기는 오 후보라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서울시장을 잃는다 하더라도 절대 지지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한 당원협의회장은 "시장후보가 당에 대한 기여도나 그간의 활동 등을 평가받고 검증된 상황에서 선출되었다고 보기 힘든 상황에서 이러한 (소장파에 반발하는) 기류가 형성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2002년 지방선거 때는 모두가 신이 나서 당시 이명박 시장 후보를 지지했지만, 지금은 상당수 원외 인사들의 기운이 빠져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울시장 지더라도 원희룡 있다면 오세훈 안찍는다"
    오세훈 홈피, 원희룡 선대본부장 철회요구 빗발

    한나라당 홈페이지의 아이디가 'youngko'인 네티즌은 당 소장파를 '적군파'로 표현하며 "오 후보의 선대위 구성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으며 결국 스스로 무덤을 파는 짓"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적군파' 의원들은 몸만 한나라당에 있으면서 실질적으로 열린우리당 보다 더한 해당행위를 하고 있다"며 "오 후보가 자신의 후보당선 이유를 오로지 소장파의 역할 때문이라고만 이해한다면 엄청난 누를 범할 것이며 결국 파멸과 통한만 남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ruslot'는 "오 후보를 잘 모르지만 열린당 강금실 후보를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 단 하나만으로 그를 지지했다"면서 "그러나 원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지난 2년간 치를 떨 정도로 잘알고 있다"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원 최고위원의 선대본부장 내정 여부는 오 후보가 어떤 노선을 선택할지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는 것"이라며 "만일 선대본부장에 임명된다면 오 후보도 우리의 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hjs0117'은 "한나라당의 원수, 원풍(怨風)이 분다"며 노골적인 반감을 표하기도 했다.

    오 후보의 홈페이지에도 원 최고위원의 선대본부장 내정 철회를 요구하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아이디 '오사랑'은 "원 최고위원과 손잡은 줄 알았더라면 절대 (오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을 텐데 정말 후회스럽다"며 반발했다. 또 '큰그릇'역시 "원 최고위원이 도덕성 청렴성을 말로는 외치지만, 사실 오 후보 옆에 서게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지를 깍아먹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원희룡 임명순간 패배는 확정된다(강정우)" "계속 오 후보를 지지해야할지 다시 고민(좌익싫어)" 등 선대본부장 임명에 대한 오 후보의 '심사숙고'를 당부하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