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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이해찬 당시 국무총리가 주재한 수도권발전대책협의회에 참석한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회의 도중 정부가 수도권규제완화 약속을 뒤집었다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이 총리는 손 지사를 자신보다 '정치하수'라고 비난했으며, 여당의 원내대표도 손 지사가 대권에만 관심을 두고 국가발전은 생각치않는다며 거들었다.
얼마 뒤 손 지사는 다시 "일자리 하나를 얻기 위해 1000장의 이력서를 제출한다는 우리 청년 현실을 생각하면 가슴을 치고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수도권공장증설을 호소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청와대의 냉소였다. 청와대는 손 지사가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28일 현재 손 지사에게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과 많은 언론은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준다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경기 파주 LG필립스 LCD공장 준공…일자리 10만개 창출, 세계LCD50% 점유
'일자리창출' 소신의 손학규 결실…노무현 "그렇게 떼 쓰더니"
27일 경기도 파주에서는 LG필립스 LCD공장 준공식이 열렸다. 손 지사가 대만과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인 끝에 2003년 LG필립스 측과 100억달러 규모의 투자협약을 맺고 2012년까지 140만 평 부지에 총 27조원을 투자, 앞으로 10만 명의 직간접 일자리를 창출할 파주 LCD산업단지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로서 우리나라는 세계 LCD생산량의 50% 이상을 점유하며 명실상부 LCD 초일류국가로 부상하게 된다.
이날 준공식에는 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기업행사에 참여했다. 세계 최첨단 공장을 살펴본 노 대통령은 축사에서 "손 지사님, 이곳 파주에서 LCD산업단지를 만들어야겠다고 그렇게 떼를 쓰시더니 이제 만족하십니까"라고 말문을 열었다. 대통령으로서 자신이 이루지못한 도지사의 업적에 대한 최대한의 인정(?)인 셈이다.
손 지사는 "3만불 시대를 열어가는 우리 모두의 꿈과 땀과 열정이 바로 여기 녹아 있기 때문에 이곳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며 "투자협약을 체결한 지 불과 3년 2개월 만에 세계 최고, 최대, 최신의 LCD 단지를 만들어낸 세계 기업사상 유례가 없는 일을 해냈다"고 자축했다.
또 손 지사는 축사를 통해 "대통령의 관심과 배려에 힘입은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오늘이 있을 수 있었다"고 말했지만, 이번 결실은 정부가 해낸 일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떼쟁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체면을 차리지 않고 이 일에 매달렸던 손 지사의 손에 의해 탄생한 것이다. 지방육성을 빌미로 수도권에 대기업 공장설립을 반대해온 정부시책에 맞서며 손 지사와 경기도가 외국 첨단기업 투자 유치에 달려온 결과다.
손학규 대권주자 지지율에도 영향, '마의 3%' 돌파
영어마을, 해외첨단기업 유치 등 호평…손학규표 '새 리더십' 관심
지난 3일 개원한 경기 영어마을 파주캠프에 대한 국민의 폭발적인 관심, 그리고 임기 내 무려 105개 해외첨단기업과 외자유치 협약을 맺어온 성과는 대권주자로서 손 지사의 지지율로 이어질 전망이다. 손 지사는 그동안 '일하는' 정치인임에도 1∼2%대에 머무는 저조한 지지율에 스스로 '저평가 우량주'라고 표현해왔다.
손 지사는 지난 25일 동서리서치 조사에서 3% 벽을 넘어선데 이어 27일 발표한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지지율 3.6%를 기록, 지난주 같은 조사보다 1%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임기를 마무리하고 있는 손 지사측 역시 최근 거두고 있는 노력의 결실로 내심 5%대까지 상승하길 기대하고 있다.
손 지사는 28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향후 행보를 묻는 질문에 "경기지사로서 무엇을 해야 될 것인가를 지금까지 고민해왔고 경기지사를 마친 뒤에는 대한민국을 위해서 무슨 일을 할 것인가를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대한민국에 어떻게 희망을 줄 것이고 청년들에게 어떤 희망을 줄 것인가, 그리고 우리나라는 앞으로 어떤 길로 나가야 될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이 자신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