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원희룡 최고위원의 지역구가 공천잡음으로 인해 심각한 후유증을 나타내고 있다. 원 최고위원은 서울시장후보로 선출된 오세훈 전 의원의 선대본부장으로 유력시 되고 있어, 지역에서의 집단반발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추재엽 현 서울 양천구청장은 27일 공천탈락에 반발하며, 양천구의회 의원 10여명을 포함한 한나라당 당원 2000여명과 함께 탈당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소속의 현역 서울 구청장의 탈당은 이유택 송파구청장에 이어 추 구청장이 두번째다. 그러나 탈당 이후 곧바로 열린우리당에 입당해 여당의 구청장 후보로 확정된 이 구청장과 달리, 추 구청장의 경우 지역구 의원의 '공천입김'을 비판하며 대규모 집단 탈당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추재엽 양천구청장, 구의원포함 2000명 탈당… 무소속 출마할 듯
    '일 잘한 구청장이었지만, 원희룡 마음 못얻어 공천 실패'


    추 구청장은 이날 탈당 설명서를 통해 "외부로부터 일 잘하고 추진력 있는 구청장이라는 평과 더불어 수많은 공로상도 받았지만 한나라당의 공천을 책임진 두 사람의 마음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며 원 최고위원을 직접 겨냥했다. 추 구청장을 지지하는 당원들은 경선을 실시하자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않은 채, 원 최고위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가 후보로 결정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추 구청장은 또 "공천에 실패한 이후 20여일 동안 자신을 성찰해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양천구청장 추재엽은 나태하거나 부끄럽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송구스럽지만 담담하고 당당하게 이 자리에 섰으며, 남은 기간 지금까지 몸바쳐온 양천구의 발전과 양천구민의 행복인 구민 만족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날 추 구청장과 함께 탈당서를 제출하는 인사는 유봉길 전 양천구의회 의장, 강웅원 김희걸 전희수 등 양천구의회 의원, 양천구 갑지구당원협의회 임동규 홍보위원장 외 홍보위원 36명과 영남향우회 충청향우회 회원 1000여명, 그리고 한나라당 책임당원을 포함해 모두 200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희룡측 "나름대로 이유있다…조만간 공식발표 있을 것"
    지역여론은 현 구청장에 호의적, 지방선거에 파장 예상

    원 최고위원의 홈페이지에도 구청장 공천문제와 관련한 비난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닉네임이 '물갈이'인 네티즌은 "정풍운동은 우리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을 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쌍룡'은 측근공천으로 구설수에 오른 고진화 의원의 경우에 빗대며 "양천구청장이 공천을 못받은 이유도 그와 같은 경우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원 최고위원이 이번 공천에서 간과한 것은 양천주민의 의식"이라며 "우리는 양천구를 위한 진정한 일꾼을 원한다"며 공천결과를 비판했다.

    한편 양천구는 지난 1월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마케팅인사이트가 조사 발표한 서울 기초단체 평가설문에서 '만족도' 1위 '살기좋은 구' 2위를 차지했다. 또 재선 가능성을 묻는 조사에서 추 구청장은 송파구청장에 이어 2위에 오를 정도로 지역여론이 호의적인 데다 이번 낙천으로 인한 동정여론까지 겹쳐, 추 구청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면 선거 판세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대거 탈당사태와 관련해 원 최고위원측은 "조만간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