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7일자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이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의 마지막 공개변론이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청구인 쪽 참고인 강경근 숭실대 교수는 “신문법은 구독률이 높은 신문을 차별해 불이익을 주는 등 언론을 관변 홍보기관으로 몰고갈 우려가 있으며 언론구제법이 언론 보도의 고의, 과실, 위법성을 묻지 않고 정정보도를 하도록 한 것은 피해자 보호라고 내건 목적과 달리 (권력에)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두 법의 위헌을 주장했다. 신문발전위원회 위원장이면서 정부 쪽 참고인으로 나온 장행훈씨는 “특정 신문의 논조는 보호받아야 하나 이것은 순수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나 맞는 말이고 우리 현실에는 맞지 않는다”며 두 법의 합헌을 주장했다.

    신문발전위원회는 헌법 소원이 걸려있는 새 신문법에 의해 설립된 기관으로 정부 출연금, 곧 주로 국민 세금에서 나오는 신문발전기금을 지원할 신문사들을 선정하고 나눠주는 일을 한다. 올 한 해의 사업규모만도 250억원에 달한다. 신문발전위는 며칠 전 각 신문사에 자본내역, 소유지분, 발행부수, 광고수입 등 경영자료에다 전국 각 지역 신문 가판대의 하루 판매량부터 지국별 발송부수까지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신문에 대한 모든 경영정보를 한손에 쥐고 있겠다는 것이다. 신문사의 이런 시시콜콜한 자료를 어디에 써먹으려고 정보 제출을 거부하면 2000만원의 과태료까지 물리겠다고 나선 이유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신문발전위는 새 신문법에 의해 설립돼 올해 100억원을 시작으로 앞으로 5년간 1180억원을 들여 특정신문사의 신문배달을 지원한다는 신문유통원과 더불어 정부의 언론 개입을 상징하는 기관이다. 장씨가 이런 기구의 장이기에 헌법재판소에 나와 독자가 많이 구독하는 일부 비판 신문을 차별하면서 정권에 호의적인 신문에 대해서는 수백억원의 국민세금을 들여 지원하고 배달까지 해주는 신문법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두 기둥으로 하는 대한민국 헌법에 적합한 법률이라고 주장한 것은 어찌보면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장 위원장은 36년 동안 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하며 편집국장과 이사까지 지낸 언론인이라고 한다. 아무리 일자리가 중하고 전에 있던 신문사에서 어떤 연유로 물러나게 됐는지 모를 일이지만, 그런 사람이 어떻게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세력은 국가권력이 아니라 자본가·광고주·언론사주들이기 때문에 국가가 나서 이들로부터 언론자유를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지 정상인의 상식으론 헤아리기 어렵다. 더욱이 전직 언론인으로서 권력을 비롯한 제3자가 나서 신문의 고의나 과실, 위법성이 없는데도 언제든지 정정보도를 요구할 수 있게 한 법률이 대한민국은 특수한 나라라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는지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