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25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공무원을 ‘언론과의 전쟁’으로 내몰고 있는 국정홍보처의 행태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홍보처는 정부정책 홍보사이트 ‘국정브리핑’에 언론보도를 비판하는 댓글 달기 경쟁을 시킨 것도 모자라 그 실적을 점검하겠다며 공무원들의 인터넷 주소(IP)까지 파악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2월 16일 각 부처에 공문을 보내 공무원들의 인터넷 주소를 제출토록 했다는 것이다. 반발이 거세지자 지침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무원을 정권의 ‘인터넷 홍위병’쯤으로 여기는 태도가 한심하다.

    인터넷 주소 수집은 명백한 사생활 침해이자 헌법 위반이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보화 사회에서 인터넷 주소는 중요한 사생활 영역이며 이를 보호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홍보처가 정상적으로 국민에게 국정을 알리는 노력을 하기보다 대통령 심기(心氣) 살피기에 급급한 지는 오래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올 1월 “국정브리핑의 언론보도 분석에 부처 의견을 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자 홍보처는 한술 더 떠서 ‘대통령 지시사항’이라며 매일 부처별 댓글 실적을 점검하고, 공무원들의 인터넷 주소 확인에까지 나선 것이다. 이러니 국민이 정부에 더 실망하고 많은 공무원도 자조(自嘲)하게 된다.

    홍보처는 국정 난맥을 모두 언론 탓으로 돌리기로 작심했는지 몰라도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국정브리핑 때문에 못 살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공무원은 국민을 위한 봉사자이지 언론과 싸우는 전투병이 아니다. 공무원들의 자존심도 생각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