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되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요즘 열린우리당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서슴없이 나오는 말이다. 강금실 바람(康風)은 오세훈 바람(吳風)에 맥없이 주저앉아 그 흔적조차 사라졌으며 ‘믿었던’ 김한길 원내대표 마저 ‘경악할 만한’ 발언으로 예상치 못한 소용돌이 속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간 철두철미한 성격으로 정평이 나 있던 김 원내대표조차 이런 ‘실수’(?)를 했다는 점에서 당 안팎에서는 ‘김한길 눈에 뭔가 씌여도 단단히 씌였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열린당은 말 그대로 현재 뭔가 씌여도 단단히 씌인 분위기다. 뭔가 한바탕 굿판을 벌어야 할 판이다.

    열린당은 생각만 해도 복장이 터질 지경이다. 한나라당 중진 의원의 공천비리 파문이 터져 나왔을 때도 그렇고, 최근 불거진 일본의 ‘독도 주변수역 탐사’ 문제가 유독 그렇다. 한나라당의 공천비리 파문은 분명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호재’였는데, 한나라당의 발빠른 대응으로 마냥 뒤쫒기만 했다. 오히려 역으로 김 원내대표의 ‘헛발질’이 나오면서 정동영 의장이 직접 유감을 표명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당 일각에서는 이번 지방선거에 대한 자포자기 심정까지 엿보이고 있다. 종국적으로는 한나라당의 공천비리 파문이 한나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오세훈 전 의원의 이미지만 부각시킨 꼴로 작용되면서 강금실 효과를 다운시키는 효과를 자초한 셈이다.

    일본의 ‘독도 주변수역 탐사’ 문제도 그렇다. 정 의장은 그간 세 차례나 독도 방문 일정을 잡아놨었지만 번번히 당일 우천 및 기상악화로 취소됐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독도’라는 호재를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었는데 아쉽게 무산된 것이다. ‘이벤트 정치’ ‘이미지 정치’가 활개를 치는 상황에서 정 의장의 독도 방문은 큰 화제가 될 수 있었는데 아쉽다는 반응이다. 당내에서는 “하늘도 무심하지” “정말 도와주지 않는다”는 푸념도 나왔었다.

    마지막 남은 하나, 월드컵 특수를 지방선거에 ‘활용’해 보려는 계획도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다. 20일 월드컵 4강 기원의 의미로 소속 의원들과 당직자 등 200여명이 참석해 국회에서 최근 유행하는 ‘꼭짓점 댄스’를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이 행사마저 날씨 관계로 또 취소됐다. 

    당초 열린당은 5·31 지방선거와 월드컵이 시기적으로 맞물려 있다는 점을 활용해 월드컵 특수를 선거 전략에 접목시켜 선거 분위기를 띄운다는 의도로 10일 국회에서 대규모 '춤판'을 벌일 예정이었지만 날씨 관계로 20일로 연기했었다. 행사를 주관해온 당 관계자는 “사실상 무산됐다고 볼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시기상 5월 밖에 시간이 없는데 지방선거가 있어 자칫 순수한 취지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래 저래 닥쳐온 악재로,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바라보는 열린당의 분위기는 뭔가에 씌여도 단단히 씌인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