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17일 사설 <대선 '폭로의 추억' 떠오르게 하는 '경악할 비리'>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열린우리당이 김한길 원내대표가 예고했던 ‘한나라당 인사의 경악할 만한 비리’를 어제 발표했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이른바 ‘황제 테니스’ 파문과 관련된 전 서울시테니스협회장 선병석 씨와 경기도 모처에서 ‘별장 파티’를 했으며 이 자리에는 ‘여성 약간 명’도 참석했다는 것이다. 또 박맹우 울산시장이 문수구장(球場) 및 울산대공원 운영과 관련해 이권(利權)에 개입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검찰의 수사를 촉구했다.

    두 시장은 펄쩍 뛰었다. 이 시장 측은 “비열한 음해공작”이라며 “별장 파티가 아니라 단순한 테니스 동호인 모임이었다”고 반박했다. 박 시장 측도 “공개 경쟁입찰을 거친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두 시장은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당끼리 비리를 상호 감시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근거가 있어야 한다. 진상규명을 위한 단서 제공 차원을 넘어 정략적 계산을 깔고 마구잡이 폭로전을 벌이는 것은 지극히 비도덕적이다. 이번 두 시장 관련 사안의 경우도 발표 내용만 보면 무엇이 ‘경악할 만한 비리’인지 알기 어렵다. 설혹 ‘별장 파티’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경악할 만한 비리’라고 주장하기는 무리다. 또 박 시장 건은 이미 검찰에 고발된 사안이라고 한다.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여당 내에서조차 ‘우리가 너무 나갔다’ ‘코미디 수준이다’는 등의 지적이 나온다. 지켜보던 민주노동당 측도 “집권당 대표는 양치기소년과는 달라야 한다”고 꼬집었다. 

    현 집권세력은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에 대해 20만 달러 수수설, 아들의 병역 의혹, 부인의 10억 원 수수설 등을 제기해 선거에 이용했다. 선거 후 법원이 모두 사실무근 이라고 밝힌 이들 3대 사건으로 노무현 후보는 득을 보았다. 그래서 여당은 ‘폭로의 추억’에 젖어 또 ‘거짓 폭로’의 유혹을 받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더는 국민을 속여선 안 된다. 유권자들은 냉철한 심판으로 이런 저질정치를 몰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