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13일 사설 '반(反) 언론 정부의 노(盧) 응원단장'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교육인적자원부 이용백 홍보기획팀장이 ‘국정브리핑’에 올린 글은 한 신문의 의견기사를 비판하면서 언론에 대해 일장 훈시를 했다. ‘J일보의 무분별한 (정책) 흠집 내기, 사회갈등 조작식 보도 태도는 독자의 수준을 무시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무책임한 논리 전개로 정책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정부에 대한 공신력을 떨어뜨림으로써 결과적으로 J일보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로막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신문의 보도 내용에 대해 차분하게 반론을 펴는 차원을 넘어서는 이 글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혼자 읽기 아까운 글입니다. 이런 좋은 글을 모아 책을 내면 어떨까요’라고 격려하는 댓글을 달았다. 노 대통령의 ‘국정브리핑’ 댓글은 비판적 신문과의 싸움에서 공무원들을 독전(督戰)하는 구령(口令)과도 같다. 대통령이 뒤에 있으니 주저 말고 언론을 공격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인터넷 매체에 떠도는 ‘내신, 논술, 수능-죽음의 트라이앵글’ 동영상이 인기를 끄는 것은 그만큼 공감하는 국민이 많기 때문이다. 내신 비중이 높아지면서 고교생들은 급우에게 노트도 빌려 주지 않는다. 대학들은 내신을 믿지 못해 논술로 우수 학생을 고르려 한다. 수능 시험을 잘 치르려면 교육방송(EBS)까지 시청해야 한다.

    교육부 관리라면 사회 풍자의 의미를 곱씹어 보며 대입제도를 성찰하는 것이 바른 자세다. 2008학년도 대학입시제도를 ‘수험생 부담을 최소화한 제도’라고 강변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교육부 담당 과장의 글에 대해 ‘입시제도를 이렇게 잘 설명한 글은 본 적이 없다’고 극찬했다. 노 대통령은 ‘반(反)신문 정부’의 응원단장을 자처하는 모습이고, 공무원들은 실패한 정책의 변명을 위한 멋진 수사(修辭)를 짜내는 것이 대통령의 눈에 들어 출세하는 길이 됐다.

    이 정부가 어지럽게 벌여 놓은 정책들의 시행착오를 교정(矯正)하고 부작용을 조금이라도 줄이면서 마무리하기에도 노 대통령의 남은 임기 1년 10개월은 짧고 각 부처는 할 일이 많다. 언론의 비판이 고까워 대통령, 대통령비서, 장관, 공무원이 모두 인터넷 사이트에 모여 댓글 경연(競演)이나 벌이고 있을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