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이 '개혁'이란 창당 모토 아래 정당민주화를 이루겠다며 시작한 경선제도가 허울만 좋고 요란스러웠을 뿐 정작 '개혁 공천'이란 본 취지는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31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며 각 당의 시·도지사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전이 본격화됐지만 열린당은 16개 광역단체장 후보 중 고작 4곳만 경선을 치른다. 낮은 지지율로 인해 공천신청자가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다 해도 광역단체장 중 1/4 지역만 경선을 치른다는 것은 그토록 주장해 온 개혁공천과 한참 동떨어진 모양새다. 오히려 자신들이 반개혁적이라 비판하던 한나라당 보다 경선을 치르는 지역이 적다.
열린당이 경선을 실시하는 곳은 서울, 전남·북, 광주 4곳. 나머지 12곳은 모두 '전략'공천을 했다. 경쟁력 있는 후보를 영입한다는 명분으로 실시한 전략공천은 결국 전·현직 장관들의 대거 차출. 전략공천지역 12곳 중 장관 출신 전략공천지역만 4곳이다.또 서울의 경우 무늬만 경선일 뿐 사실상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전략공천이나 다름 없다. 당 지도부 역시 이계안 의원의 반발 때문에 마지못해 경선을 수용했을 뿐 사실상 강 전 장관을 낙점한 상황. 때문에 지난 1월 출사표를 던지고 10차례 정책을 발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해 온 이 의원은 당의 경선방식에 불만을 표출하며 출마 포기 가능성까지 주장하고 있는 상황으로 치닫았다. 이 의원은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경선방식에 대한 불만을 거듭 표출하며 "부끄럽다"는 말과 함께 개혁을 외치던 열린당의 경선방식이 오히려 한나라당 보다 못하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한나라당도 이 같은 열린당의 공천방식에 대해 비판을 퍼부었다. 이계진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을 통해 "소위 입만 열면 '혁신' '개혁'을 들먹이고 개혁정당 민주정당을 표방해 온 열린당은 솔직히 정상적인 경선을 치르는 지역이 한 군데도 없다"며 "열린당의 공천방식은 3김식 낙하산 공천의 부활"이라고 비난했다. 이 대변인은 "오히려 3김시대보다 훨씬 후퇴한 전근대적인 공천이며 열린당은 당내 공천에서 한나라당에 벌써 완패했다"고 주장했다.
허태열 사무총장도 11일 주요당직자회의를 통해 "열린당이 개혁정당을 표방한다고 하지만 경선이 확정된 곳이 한 곳도 없다"며 "그쪽이나 한나라당이나 시·도지사는 경선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여러분들의 평가가 있으리라 본다"고 비꼬았다.당 공천방식에 대한 지적이 일자 열린당 우상호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을 통해 "너희가 후보없는 설움을 아느냐"며 반박했다. 그는 "광역단체장 후보 가운데 복수 후보자가 있는 경우에도 전략공천을 하는 곳은 부산시장 한 군데밖에 없다"며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시장 공천방식에 대해서도 "여론조사 결과 50%를 반영키로 한 것은 이계안 의원측과도 합의된 내용임을 염동연 사무총장으로부터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16개 시·도지사 중 절반인 8곳에서 경선을 실시한다. 12일 제주를 시작으로 이 달 말까지 연이어 시·도지사 경선 일정을 잡아놓고 경선을 통한 흥행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13일엔 대구, 14일 충남, 16일 충북에 이어 21일부터 25일까지는 경기 부산 서울지역 경선을 실시해 경선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