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0일자에 실린 사설 <강 지사를 주저앉힌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군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강현욱 전북지사가 5월 지방선거 출마를 포기한 것은 회유·압력 때문이라는 의혹이 있다. 국회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에 국정조사 추진을 위해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열린우리당 소속인 강 지사는 지난달 24일 당내 경쟁 후보의 ‘종이 당원 모집과 당비대납 의혹’을 제기하며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이후 강 지사는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후 민주당 공천을 받거나 고건 전 총리 진영과 연대해서 지방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게 나돌았다. 지난 3일 오후 전북 도 공보관도 “강 지사가 4일 오전 출마를 전제로 한 공식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강 지사는 4일 정무 부지사를 통해 불출마 선언을 발표하게 한 뒤 자신은 며칠간 잠적했다. 강 지사의 지지자들은 “정무 부지사는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측근이며 불출마를 대신 발표한 것은 의혹이 있다”고 반발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강 지사의 출마 선언을 앞두고 강 지사와 접촉해 탈당을 만류할 수는 있다. 그러나 경선과정의 불법을 지적하며 경선 불참까지 선언한 현직 지사가 뒤늦은 설득에 따라 하룻밤 새 출마 의사를 번복했을 가능성은 적다는 게 상식적 판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선 불참 선언, 탈당 독자 출마설, 그리고 돌연 불출마 선언이란 열흘 동안에 벌어진 강 지사의 어지러운 발자취를 좇으며 ‘구 시대의 정치 작전’을 떠올릴 수밖에 없게 된다. 여당 후보의 표를 잠식할 가능성이 높은 정치인이 어렵사리 출마 결심을 했다가 출마 선언 직전 제삼자를 통해 불출마 선언을 한 뒤 당분간 자취를 감추는 것이나 당사자가 뒤늦게 “불출마는 전적으로 내 뜻이었다”고 해명하는 모습 역시 구 시대 그대로다.

    열린우리당이 2년 반 전 민주당과 갈라서며 내건 명분 중의 하나가 아래로부터의 경선에 바탕을 둔 풀뿌리 민주정치를 하겠다는 ‘새 정치’ 선언이었다. 그랬던 정당이 지금 시·도지사 공천 후보를 대부분 내정해 놓고 그 후보 득표에 부담이 되는 경쟁 후보는 ‘보이지 않는 손’의 힘을 빌려 주저앉히는 구 정치를 그대로 보여 주려 하고 있으니 뭐가 ‘새 정치’고, 뭐가 ‘구 정치’인지 헷갈리기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