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선 출마에 표정관리'

민주당 박주선 전 의원이 서울시장 도전으로 자신의 진로방향을 급선회하자 한나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군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박 전 의원의 출마로 열린우리당의 호남표가 분산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 

특히 지지율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에게 생각 이상의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점에 더 크게 반색하는 모습이다. 비리혐의로 세 번 기소됐다가 세 번다 무죄판결을 받은 박 전 의원의 이력 중 두 번의 기소는 강 전 장관 재임 시절 이뤄진 일이다. 때문에 서울의 호남출신 시민들에게 박 전 의원의 이런 이력이 동정론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열린당에서는 박 전 의원이 출마할 경우 한나라당 후보가 '반사이득'을 얻을 가능성에 우려하고 있는 상황. 현재 후보간 가상대결에서 1,2위간 격차가 오차범위 이내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박 전 의원의 출마가 당선 여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한나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들도 이 같은 분석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내심 이런 분위기를 기대하면서도 겉으론 표현을 자제했다. 아직 민주당의 후보가 확정된 것도 아니고 이 같은 분석을 후보가 직접 거론할 경우 '한-민'공조라는 인상을 심어줘 자칫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

맹형규 전 의원은 31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에서 좋은 후보를 낸 것 같다"는 말로 박 전 의원의 출마설에 대한 입장표명을 대신했다. 맹 전 의원은 '열린당의 호남표 분산 효과' 분석에 대해서도 "(서울의) 호남표가 열린당을 지지해왔다고 볼 수는 없다.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실망감과 민주당에 대한 배신으로 (서울의 호남출신 지역민들의) 열린당에 대한 지지는 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맹 의원 측 관계자 역시 박 전 의원 출마에 대한 정치권의 분석에 말을 아꼈다. 그러나 호남표 분산 효과라는 측면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진 의원 측은 박 전 의원의 출마가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의원 측 한 관계자는 "박 전 의원이 노무현 정권으로부터 탄압받는 DJ정권이란 상징성을 갖고 있고 이것이 부각되면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지역의 호남출신 지역민들에게도 'DJ의 적자는 열린당과 강금실이 아닌 민주당과 박주선'이란 홍보논리가 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방선거가 50%대의 낮은 투표율을 나타내고 있고 여야가 항상 5% 이내에서 박빙의 승부를 벌여온 만큼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예상한 뒤 "한나라당에 호재라고 말하기 보다 열린당의 악재가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박계동 의원 측도 박 전 의원이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 의원 측 한 관계자는 "박 전 의원이 강 전 장관 재임시절 두 번이나 구속됐고 결국 무죄로 풀려났기 때문에 법을 집행한 장관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후보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 관계자는 "박 전 의원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 민주당 지지율 정도는 얻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반면 홍준표 의원은 이 같은 전망과 분석에 동의하지 않았다. 홍 의원의 '박 전 의원이 출마할 경우 열린당의 호남표와 강 전 장관의 표를 일부 흡수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이제껏 선거 경험상 선거는 양자구도로 전개되지 삼자구도가 되지 않는다"며 "민주당이 큰 변수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