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서 밀리면 모든 게 ’끝장‘’

    5·31 지방선거가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고건 전 국무총리와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전북잡기’에 사실상 정치적 사활을 걸고 나섰다. 이들에게는 전북 지역이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줄이자 서로 정치적 지지 기반이 겹치는 만큼, 전북에서 밀리는 순간 차기 대권도전 자체가 불투명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23일 고 전 총리와 정 의장은 전북 지역을 방문해 강현욱 전북지사를 만났고, 이를 놓고 두 진영간에 서로 미묘한 신경전이 포착되고 있다.

    당장 급한 쪽은 정 의장 쪽. 고 전 총리가 전북대 특강차 전북지역을 방문하면서 같은 군산 출신의 후배인 강 지사와 오찬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열린당 내 기류는 ‘뭔가 심상치 않다’는 신경질적인 반응이다. 현재 열린당 당적을 보유하고 있는 강 지사는 최근 당의 도지사후보 경선 방식에 불만을 제기하면서 탈당 언급이 나돌고 있는 만큼, 고 전 총리와 강 지사의 만남이 이런 차원의 연장선상이 아니겠느냐하는 관측이다.

    열린당 전북 선거관리위원장인 장영달 의원(전주시 완산구갑)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두 다리 달린 사람들이 만난다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면서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드러내 보이며 “(고 전 총리와 강 지사의 만남은) 부자연스러운 만남이다. 둘 다 정치적 도리가 아니다”고 매우 불쾌해 했다. 장 의원은 특히 강 지사의 탈당 거론과 관련, “경선 기회를 일주일 미루고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 등록도 안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강 지사에 대한 불만도 한껏 표출했다.

    정 의장과의 회동에서 지방선거에 관여하지 않겠다며 지방선거 연대 제의를 거부한 바 있는 고 전 총리가 기껏 이런 식으로 나서려고 연대 제의를 거부했느냐하는 불만으로 풀이되지만 고 전 총리의 지방선거 관여 움직임에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다. 실제 당 안팎에서도 “고 전 총리가 지방선거 연대를 거부했지만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지방선거에 관여하지 않겠느냐”는게 대체적인 입장이다.

    아울러 정 의장도 이날 지방 순회 정책간담회의 일환으로 전북을 방문하는데 강 지사와 직·간접적으로든 의견을 주고받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결국 이날 만남의 결과에 따라서는 차기 유력 대선 주자간의 정치적 생명을 건 ‘전북 대결’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관측이다. 강 지사가 열린당에 남든 고 전 총리가 연대를 하든 사실상 고 전 총리와 정 의장간의 대리전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민주당도 전남지역에서의 기세를 몰아 전북지사까지 장악, 당 재건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밑그림 아래 외부인사 영입작업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민주당의 핵심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전북지사 후보로 외부영입작업을 진행 중이다”고 했다. 이는 민주당이 현재 진행 중인 진념 전 경제부총리 영입 작업 외에도 다른 외부인물에 대한 영입작업도 진행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