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오후 3시. 이명박 서울특별시장 ‘테니스 논란’과 관련해 편법 건립 의혹이 나도는 서울 서초구 소재 잠원동 테니스장 현장 방문에 나선 열린우리당 ‘황제테니스 진상조사단’이 급박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 출입 기자들에게 긴급브리핑 소식을 휴대전화 메시지로 ‘타전’하면서 마치 테니스 논란과 관련한 결정적인 ‘단서’라도 포착한 듯한 표정이었다. 브리핑을 앞두고서도 일부 진상조사단원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급히 인화한 사진 한 장을 꺼내들었다.


    사진은 다름 아닌 잠원동 테니스장의 상량판. 테니스장 천장에 붙어있었다는 상량판에는 ‘입주상량’이라는 글자와 함께 상하로 ‘용 용(龍)’자와 ‘거북 구(龜)’자가 새겨져 있었으며 '기둥을 세우고 들보를 얹었다'는 뜻의 ‘입주상량(立柱上樑)’이라고 씌어진 문구 옆으로는 ‘서기 2005년 11월 23일 서울특별시장 이명박’이라는 글자가 또렷했다.

    이어 진행된 긴급브리핑에서 유기홍 의원은 “전공이 역사라서 (상량문의 내용에 대해)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봤더니 상량문에 사람 이름을 쓰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 옛날에 임금이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 경우는 있는데 이 시장의 이름이 올라 있다는 데에는 (전문가들이)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했다”면서 다소 흥분하기 시작했다. “거북 구(龜)자는 십장생의 하나로 건물 상량문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용 용(龍)자를 쓰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용’자는 제왕의 상징이 돼 있기 때문에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했다.

    유 의원은 이어 “그 건물이 공공건물이고 이 시장이 소유주도, 건축주도 아닌데 이름이 들어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상량문에 자신의 이름을 쓰는 것도 드문 경우고 ‘용’자를 쓰는 것은 제왕의 상징이 되기 때문에 (이 시장은) 대단히 오만하다. 이 시장의 심리상태가 (여기에) 들어있다”고 주장했다.

    조사단장인 우원식 의원도 “거북은 '영원(永遠)'을, 용은 왕(王)을 표시한다. 이것을 보고 이 시장이 왜 이것을 지었는가, 꼭 황제테니스 로비 의혹 말고도 약간의 힌트를 얻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면서 “이게 불법·탈법, 그리고 과거의 권위주의 시대 때나 볼 수 있었던 권위주의의 대표사례로, 영원한 왕을 지칭하는 이런 것들을 보면 지금이 민주주의 시대 맞는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진상조사단은 이날 잠원동 테니스장 현장 조사를 통해 “서울시는 학교용지로 돼 있는 잠원동 테니스장 부지에 테니스장 건립을 위해 서초구청을 통해 강남교육청에 학교용지 해제가 가능한가 여부를 문의했었다”며 관련 서류를 증거로 제시한 뒤, “서울시측이 ‘학교용지를 해제하려고 한 적이 없다’고 한 것이 거짓말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한편, 브리핑 직후 조사단 일부 위원들과 기자들 사이에서는 "상량판에 거북 구(龜)자와 '기린 린(麟)'자는 종종 쓰는 경우를 봤는데 용 용(龍)자는 처음이다" "용 용(龍)자도 본 것 같다"는 등의 말들이 오가면서 거북이·용·기린 등이 출몰하는 때아닌 '동물농장'이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