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말 농민시위 사망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허준영 전 경찰청장이 청와대 압력 때문에 사퇴했다며 “요즘 운동권은 청와대와 통한다”고 청와대를 비판했다. 그는 또 정계진출을 선언하기도 했다.

    허 전 청장은 20일 발간된 신동아 4월호와의 인터뷰에서 “농민 사망사건에 대해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경찰청장이 물러날 만한 사안은 아니었다”며 “그러나 청와대 모 수석이 ‘새해 예산안을 통과하려면 민주노동당을 끌고 가야 한다’며 사퇴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의 말이 대통령의 뜻이라고 생각해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예전엔 운동권이 야당과 연결돼 있었는데 요즘엔 청와대와 통하니 경찰이 참 난감하다”며 “좀 거칠게 말하면 운동권은 평생 경찰을 적으로 여겨온 사람 아니냐”고 청와대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예컨대 시위하다 사람이 죽은 경우 예전엔 정보 형사가 개입하면 협상이 가능했지만 요즘 경찰에서 그런 얘기를 하면 ‘야 xx, 우리는 청와대와 바로 통해’ 이렇게 말해버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 사방에 운동권이 꽉 차있어 자칫 운동권을 매도하는 것으로 비칠까봐 퇴임사에선 ‘운동권’이라는 표현을 바꿔 ‘목소리 큰 사람이 국민의 고막을 찢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바꿨다”고도 했다.

    그는 이어 “정치적 영향을 받지 말라는 취지로 도입한 임기제 청장을 내몬 것은 이 나라 정치가 잘못된 탓”이라며 “정치 논리로 그만둔 만큼 ‘내가 정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굳혔다”고 정계진출을 시사했다.

    그는 5·31지방선거 경북도지사 여당 후보 출마설에 대해 “열린우리당과 청와대 관계자를 만나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며 “이념을 떠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잘하던 경찰청장을 내칠 땐 언제고 이제와 (도지사) 나가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그는 한나라당 소속 출마여부에 대해서도 “한나라당도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며 “나의 철학과 맞는 정치 집단과 함께할 생각이며 주변에서 무소속(출마)을 권유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화한 세상에서는 (과격시위가) 없어져야 하는데 관성이 붙어 공권력에 저항하는 행태가 답습되고 있다”며 “소리 지르고 폭력에 호소하는 것이 정당화되면서 문화원에 불 지르고 했던 일들이 다 사면 받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또 “시위도중 숨진 농민들은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과 70대 노인이었고, 과거 이한열 사건처럼 경찰의 명백한 과실로 사망한 것도 아니다”며 “이런 일로 경찰청장이 물러나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