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의 이해찬 국무총리 사표 수용이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과의 단독면담에서 전격 결정됨에 따라 이를 계기로 향후 국정운영의 무게추가 정 의장 중심의 ‘당 우위’쪽으로 쏠릴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은 노 대통령이 정 의장과의 단독 면담에 앞서 이 총리와 가진 별도 회동에서는 사의 표명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만큼, 사실상 노 대통령이 정 의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게 당 안팎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또 정 의장이 이 총리 퇴진 불가피성을 건의하는 과정에서도 청와대와 정부 주도의 국정운영에 큰 틀의 변화를 시도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기 때문에 노 대통령이 즉각 건의를 수용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 의장이 그간 ‘강한 여당’ 등을 주장하며 당·정·청 관계의 재고를 언급해 왔던 만큼 이 총리 사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당 우위’ 국정운영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당장 지방선거와 이후 대선까지 이어지는 정치적 일정을 감안할 때도 당 위상 강화는 결국 정 의장 자신의 대선 행보와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당 안팎의 또 다른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의 이 총리 사의 전격수용은 파문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악화에 따른 국민여론수렴 차원의 고육책이지, 정 의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은 아닐 것이라는 의견이다. 노 대통령이 이 총리 사의를 전격 수용한 직후, 당내에서는 “바로 사의를 수용할 거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우리도 놀랐다”는 언급이 나온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당장 사회 양극화 해소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당 우위’ 국정운영은 가깝게는 지방선거와 멀게는 차기 대선 등 선거 국면과 맞물려 오히려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노 대통령이 이 총리의 사의를 전격 수용하면서도 후임 총리 문제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겨 놨다는 점에서도 향후 국정운영의 중심으로 정 의장의 ‘당 우위’를 내다보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누가 총리가 되느냐에 따라 여권 내 역학구도의 변화는 다분하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정치권의 지각변동을 초래할 '히든카드'를 꺼내드는 순간 정 의장의 대선 행보에도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당내 일각에서는 이 총리 사의수용 등은 노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 의장에게 권한과 책임을 함께 준 것으로, 지방선거의 결과에 따라서는 정 의장이 책임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정 의장이 당장 5월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가뜩이나 당 지지율 상승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오히려 청와대 단독 면담은 정 의장에게는 짊어져야 할 부담이 그만큼 가중됐다는 설명이다. 

    한편, 한 정치컨설팅 전문가는 14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한국정치대전망이란 세미나에서 "열린당의 지방선거 승리는 '정동영 대망론'에 최적의 조건이지만 반정동영파인 친노파, 김근태파 등에는 매우 불리한 상황"이라면서 "지방선거 승패와 대선주자 유불리가 상호 '적대적'이기 때문에 외부의 적보다는 '내부의 적'과의 싸움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 봤다. 결국 지방선거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벌어질 정 의장에 대한 당내 각 계파의 책임추궁도 노 대통령이 이미 감안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