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절 골프질’과 관련, 이해찬 국무총리 경질 쪽에 무게가 실리면서 여권 내부에서 후임 총리 하마평이 흘러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청와대가 후임자 2~3명을 물망에 올려놓고 인선 작업에 들어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여권에서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사람은 전윤철 감사원장과 박봉흠 전 청와대 정책실장 정도. 그러나 이런 가운데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경북대 교수)의 존재가 유독 부각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사회 양극화 해소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체결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관리형 총리를 내세우기에는 부적절하다는 판단에서 분권형 국정운영 기조라는 틀을 계속 유지하는 게 불가피할 것이고 그런 점에서 이씨가 적격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씨가 그간 노 정부 부동산정책의 실질적인 산파 역할을 한 것을 비롯해 국정의제의 큰 틀을 짜왔던 점을 감안하면 남은 임기 노 대통령과의 국정운영 마무리 측면에서도 그가 무난하다는 설명이다. 노 대통령과의 ‘코드’ 문제 등 후임 총리 인선작업시 검토에 필요한 시간적 이유로도 이미 검증된 이씨가 제격이라는 부연이다.

    아울러 당 안팎에서는 총리 경질 문제가 5·31지방선거와 그 이후 정국운영 등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있는 중대한 것인 만큼 노 대통령 특유의 ‘역발상’ 정치가 또다시 발휘될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새 총리 지명에 따른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시점이 지방선거가 본격화하는 내달 초가 될 것임을 감안한다면 어떤 총리를 지명하더라도 한나라당의 정치적 공세가 뻔한 만큼 애초부터 ‘정면돌파로 나가자’는 계산에서 노 대통령이 이씨의 총리 기용쪽에 무게를 둘 개연성도 다분하다는 관측이다. 이럴 경우, 한나라당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는 여권이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현 시점에서 이 총리의 유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노 대통령은 ‘여론을 존중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이 총리를 경질하되 이씨를 후임 총리로 기용하면서 오히려 한나라당을 자극, 정국을 전면적 대결구도로 몰아가 본격적인 지지층 결집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이씨 기용은 산적한 국정현안 해결이라는 명분도 세울 수 있는 만큼, 한나라당의 지나친 정치공세를 오히려 매도하면서 국민적 여론을 단번에 환기시킬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이와 관련, 당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자신은 팔이 잘리더라도 상대방의 목을 따는 스타일”이라면서 “이런 측면을 볼 때 명분을 내세운 대야 강경기조 차원에서 이정우 카드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지지율이 30% 떨어지더라도 상대방이 70%가 떨어지면 밀어 부칠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당 안팎에서 이 총리 경질은 개헌문제 등 ‘정치권 새판짜기’를 위한 노 대통령의 카드가 본격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한편 이씨 외에 후임 총리도 거론되고 있는 전윤철 감사원장은 경제부총리를 지냈으며 호남 출신이라는 점에서, 박봉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탁월한 기획력으로 노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점에서 각각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