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과 고건 전 국무총리와의 지방선거 연대가 사실상 무산됨에 따라 열린당 정동영 의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낮은 당지지율 등 열세를 안고 독자적으로 지방선거를 치러내야 하는 만큼 지방선거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정 의장이 13일 오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고 전 총리와의 회동 결과를 보고하면서 “선 자강론, 선 중심강화론과 같이 우리 스스로가 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고 전 총리와의 선거 연대가 물 건너 간 만큼 지방선거 필승을 위해 내부 전열을 확고히 정비해 나가자는 얘기인 셈이다. 

    그러나 당초 고 전 총리와의 선거연대 가능성이 크지 않았던 만큼 당과 고 전 총리와의 관계가 이번 일을 계기로 확실히 정리됐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 의장 처지에서는 어차피 2007년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고 전 총리와의 충돌이 예상됐던 만큼 오히려 이를 계기로 당 전열 재정비 등 당권 장악에 더욱 매진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번 회동을 통해 지방선거 필승구도를 이끌어내기 위한 자신의 노력을 한껏 부각시킨 데다가 지방선거 책임 문제에서도 정당한 명분을 확보하는 등 지방선거 이후의 판세변화에 대한 사전정지 작업 등의 성과도 얻었다는 분석이다. 당이 어려운 시기에 정 의장의 연대 요청에 고 전 총리가 분명한 선을 그으면서 거절한 것으로 비쳐졌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 당 기획통인 민병두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시사프로에 출연, “고 전 총리와 열린당 관계가 애초에 무엇을 연대할 수 있고 무엇을 함께 할 수 있고 이런 것들 자체가 사실은 분명치가 않았다”면서 애초부터 고 전 총리와의 선거연대 가능성이 크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그는 그러면서 연대무산 배경에 대해 “우리는 개혁세력이 단결해야 한다고 봤고 고 전 총리도 그런 세력의  축이라고 보고 있었지만 고 전 총리는 그 부분에서 입장 차이를 보였다. 고 전 총리는 중도세력이라고 생각하는 점에서 (우리와)차이가 있다는 점을 표명한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선거연대라는 목적을 넘어서 차기 대선과 정계개편 등의 정치구도에서는 엄연한 경쟁자이니만큼 쉽사리 조율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열린당이 고 전 총리와의 선거연대 무산 직후인 12일 비공개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지금 상태에선 당의 이미지를 전면쇄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래야만 지지율이 올라갈 수 있다”고 의견을 모은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정 의장도 그간의 민생투어 행보에서 금주부터는 지방선거 후보영입 대상인물들을 직접 만나 설득작업에 나서기로 하는 등 본격적인 지방선거 대응체제 이동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