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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연속극 같다”
이해찬 국무총리의 ‘3·1절 골프’ 파문과 관련, 당시 골프 모임이 40만원을 건 내기 골프였음이 드러난 직후인 11일 열린우리당 지도부 중 한 의원이 내던진 말이다. 골프 파문 당사자들의 연이은 거짓말과 속속 드러나는 진실, 그리고 이와 맞물려 파문의 당사자인 이 총리의 거취 문제를 놓고서 벌어지는 여권 내부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꼴이 마치 연속극 같다는 것이다.
연이은 거짓말과 드러나는 진실의 ‘숨막힌’ 대결 부분은 이미 드러난 내기 골프 논란에서 시작된다. 100만원 상당의 '판돈'이 걸렸다는 내기 골프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이 총리와 함께 골프를 쳤던 이기우 교육부 차관은 “내기 골프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파문 관련 기업인들은 10일 40만원이 걸린 내기 골프였음을 시인했다.
또 영남제분 류원기 회장의 당시 동참 여부를 놓고서도 온통 새빨간 거짓말 일색이었다. 파문 당사자들은 “본 기억 없다” “오지 않았거나 왔지만 골프는 하지 않았다”는 식의 거짓말을 늘어놨지만 파문 관련자들은 류 회장 등 8명이 골프를 친 사실을 인정했다. 아울러 3·1절 골프모임이 잡힌 시기에 대해서도 당초 변명은 “2월 16일 연락했다”였지만 관련자들은 “두 달 전”이라고 했으며 일부는 “하루 이틀 전에 연락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린피 지불문제와 관련해서도 파문 직후, “총리 그린피는 골프장 사장이 냈고 나머지는 각자 지불했다”고 했지만 그린피도 각자 부담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이와 관련, 이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당초 ‘내기 골프는 하지 않았다’는 관련자들의 발언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사태가 확산되고 있는 데 대해 “한 편의 연속극 같다”면서 “결국 A냐, B냐(사퇴나 유임이냐) 하는 문제인데, 시기가 되면 (당내에서) 통일된 의견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총리 거취문제는) 인사권자인 노무현 대통령이 결정해야 하겠지만 전반적으로 당내 여론이 썩 좋지 않다”고 했다. 사실상 이 총리의 사퇴 문제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당내 분위기를 전하면서 더 이상 이 총리의 거취 문제를 미뤄둘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정동영 의장 등 지도부가 이미 이 총리 거취 문제에 대해 소속 의원들과 바닥 민심을 수렴해 노 대통령 귀국 직후 회동을 통해 최종 의견을 전달키로 한 만큼, 사실상 ‘총리 사퇴 불가피론’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100만원짜리 내기 골프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만 해도 당내에서는 “사실이라면 정신 나간 사람들이다” “계속 버티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등의 발언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던 점을 감안한다면 결국 더 이상 ‘총리 유임론’은 설 자리가 없다는 관측이다. ‘유임이냐’ ‘사임이냐’를 놓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던 여권 내 파워게임도 사실상 끝났다는 것이다.한편 김한길 원내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총리 거취 문제와 관련, “많은 의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면서 “이 문제는 지도부에게 맡겨 달라고 해놓은 만큼 우리 지도부 모두가 보다 절박한 심정으로 고민하고 당의 분명한 입장을 정리해 내야한다고 생각한다. 지도부가 알아서 할테니 의원들은 침묵해 달라고 해놓고 당이 무력하게 보이는 일 없어야겠다”고 말하며 어떤 식으로든 결단을 내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