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등 여권 핵심부가 ‘3·1절 골프’ 파문에도 불구하고 파문의 당사자인 이해찬 국무총리의 유임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데 대해 10일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정동영 의장이 이 총리의 거취 문제에 대해 소속 의원 전원에게 개별 의견 자제를 당부하는 일체의 ‘함구령’을 내린 상황이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이 총리의 사퇴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 일각에서 제기하는 우회적인 이 총리 ‘압박’은 여권 핵심부가 이 총리의 유임 구실로 '분권형 국정운영의 틀 유지'와 '개혁과제 마무리를 위한 정국운영의 안정', 그리고 '이 총리 해임에 따른 레임덕'을 묵시적으로 들고 있는 데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일단 노무현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14일까지 추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전제하면서도 골프파문이 지방선거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다분한 만큼 노 대통령 귀국 전까지 사전 정지작업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 핵심 의원의 한 측근은 “국정운영 시스템이 참여정부 들어 잘 갖춰져 있어 누가 총리를 맡더라도 노 대통령 임기 말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하다”면서 청와대 등이 이 총리의 유임 배경으로 거론된 몇몇 이유를 일축했다. 그는 또 “이 총리 사퇴 이후 레임덕 운운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레임덕은 오지 않을 것”이라면서 “노 대통령이 가진 정치적 카드는 아직도 많다”고 귀띔했다. 대통령 중임제 등의 개헌이나 중대선거구제를 골자로 한 선거구제 개편 등을 통해 얼마든지 ‘정치권의 새판짜기’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아울러 “천정배 유시민 장관 등 차기 대선에서의 ‘제3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 잠복해 있는 데다가 천 장관은 당 복귀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진 상황에서 이들 카드도 얼마든지 노 대통령이 국정 운영의 중심을 잡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는 이 총리 문제를 길게 끌면 끌수록 참여정부 임기막판의 국정운영 안정 측면에서나 당 입장에서나 양쪽 모두에 역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초선 의원은 “당의 현재 상황과 지방선거 측면, 그리고 국정운영 측면을 감안해서 이 총리 거취 문제를 판단해야 하지만 좀 더 지켜보자”면서도 ‘당 일각에서는 (이 총리의 사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모습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 총리 사퇴의견이 아직 물밑에 상당히 잠복돼 있음을 내비쳤다. 이와 함께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도 “지도부에 맡겨 달라는 이야기가 있지 않았느냐”고 말을 꺼려하면서도 “노 대통령이 돌아올 때 까지 한 번 기다려 보자”고 했다. 그는 이 총리의 유임 기류에 못마땅해 하는 어조를 내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또 다른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의 ‘역발상’식 정치를 감안한다면 오히려 이 총리를  ‘밀어붙이지 않겠느냐’는 입장도 나오고는 있지만, 이 경우 향후 당·청 관계가 급격히 소원해 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 의장 등 지도부는 9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저녁 식사를 하면서 이 총리 거취 문제와 관련해 노 대통령이 귀국하는 직후 회동을 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는 이 총리 골프 파문에 대한 바닥 민심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