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10일자 오피니언면 '동아광장'란에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이 쓴 '저출산 걱정말고 성장률 높여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자신의 후손을 남기려는 욕구는 성에 대한 욕구만은 못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출산율이 낮아졌고, 이 추세대로라면 남한 인구는 2030년 5290만 명을 정점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고 한다. 유엔 인구국의 예측이다.

    그러나 지금 출산율이 낮아졌다고 해서 당장 무슨 일이 날 것처럼 걱정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인구가 줄어든다고 하지만 2050년에도 인구는 5130만 명이다. 40년 후의 줄어든 인구가 여전히 지금보다 많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통일이라는 거대한 미래가 놓여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년 안에 통일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지 않겠는가. 통일을 계기로 북한 주민들의 영양상태가 좋아질 것이고 우리가 경제 발전 초기 단계에 경험했듯이 영아사망률이 낮아져서 북한의 인구는 급속히 늘 것이다. 오히려 너무 빨리 늘어서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또한 통일이 된다면 우리나라의 연령별 인구 구성도 크게 변한다. 저출산에 따른 고령사회 문제에도 큰 변수가 생기는 것으로, 큰 재앙이 올 것처럼 미리부터 사서 걱정할 이유는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저출산 대책을 세운다고 세금을 거두는 것이 아니라, 성장률을 높여서 통일 후에 급속히 불어날 북한 인구 문제를 감당할 수 있는 경제력을 미리 갖추어 놓는 것이다.

    인구 폭탄이니 뭐니 하면서 셋째 아이에게는 건강보험 혜택도 안 주고, 불임수술을 받는 남성은 예비군 훈련에서도 빼 주는 등 호들갑을 부리던 때가 엊그제인데, 그새 인구가 줄어든다고 부산을 떠는 것은 어쩐지 볼썽사납다.

    이제 저출산 대책이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그 대책들이 과연 어느 정도나 출산율을 올려 줄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독일이나 스페인, 폴란드, 프랑스 등 유럽에서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정책이 전혀 효과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현저한 효과를 나타낸 것도 아니다.

    약간의 효과가 있음을 인정하더라도 출산율을 높이려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그 필요성에 대해 갸웃하게 된다. 우리가 저출산과 고령화를 염려하는 것은 사회의 생산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출산율이 낮아진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여성의 사회 진출이다. 집에 갇혀 있던 여성의 잠재력이 발휘됨으로써 사회 전체의 생산력도 높아졌다. 출산장려책으로 여성의 출산이 늘면 그만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는 줄어들 것이고, 사회 전체의 생산성도 낮아진다.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저하가 걱정되는 일이긴 하지만, 여성을 가정에 묶어 두게 되는 출산장려책이 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통일을 앞둔 우리에게 저출산에 대한 걱정은 기우로 보인다. 그래도 꼭 대책이 필요하다면 개방적 이민정책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젊은 인구가 꼭 배달민족의 피를 가져야 할 이유는 없다. 건전하고 생산적인 젊은이라면 어떤 피를 가졌든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받아들이자. 그러면 인구 감소를 걱정할 이유가 없다. 나라의 살림을 대부분 외국과의 무역에 의존하면서도 우리처럼 외국인에 대해 폐쇄적인 민족은 찾기 힘들다. 미식축구 선수 하인스 워드를 한국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라면 다른 사람은 왜 안 되는가. 다른 혈통에 대해서 마음을 열면 인구 문제도 해결하고 문화의 다양성도 얻게 될 것이다.

    노인 복지에 대한 생각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저출산 시대에는 일단 태어난 사람들이 후손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노후까지 책임지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의 복지 혜택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방식이 젊은 사람에게서 세금을 거둬서 노인에게 주는 것이라면 그것 자체로도 젊은이들의 출산에 대한 의욕을 떨어뜨린다. 노인에 대한 복지제도는 젊었을 때 강제로 저축을 하게 하는 등 스스로의 노후를 책임지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그러지 못한 노인에게는 그 세대의 저축 중 일부를 떼어서 도와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인구가 줄어도 각 세대가 자생력을 가질 수 있다. 후손에게 기대지 않고 내 노후를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태도는 인구 감소 시대에 꼭 필요한 덕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