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6일 이례적으로 공개회의를 통해 대권경쟁자인 이명박 서울특별시장과 반박(反朴)세력 즉, 친(親)이명박계 인사들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사학법 투쟁 이후 잘 입지 않던 바지 정장을 입고 회의장에 나타난 박 대표의 이날 표정은 무엇인가를 작정한 듯 한 모습이었다. 박 대표는 평소 회의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참석자들에게 웃으며 안부인사를 건넨다. 또 회의 예정시간 보다 보통 4~5분 가량 늦게 입장하고 중요 현안 등이 있을 경우는 10분 가량 늦게 회의에 참석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는 이날 만큼은 정각에 들어와 테이블에 앉았고 비어있는 이재오 원내대표의 자리를 잠시 물끄러미 쳐다 본 뒤 회의를 시작했다. 회의 시작전 참석해야 할 당직자들의 참석 여부를 챙기던 일도 이날은 하지 않았고 "지금부터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라며 회의시작을 알리던 멘트도 이날은 없었다.

    결국 이 시장과 반박세력을 겨냥한 비판은 사전에 모두 준비됐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당직자는 "오늘 박 대표의 발언은 상당히 무게 있는 발언이었다. 박 대표가 크게 작정하고 던진 말"이라고 말했다.

    당 내부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 온 박 대표가 이처럼 당내 인사와 특히 대권경쟁자인 이 시장을 향해 비난을 쏟아낸 이유는 무엇일까. 특히 이제껏 이 시장에 대해 "당에 꼭 필요한 사람. 훌륭한 분"이라며 칭찬을 해오던 박 대표가 급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반박 진영과 친이명박 세력에 쌓여온 총체적 불만이 이 시장의 발언으로 표출된 것이란 분석이 높다. 4·15총선 당시 몰락할 뻔한 당을 위기에서 구하고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만들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박 대표에 대한 이들의 평가는 매우 인색하다는 것. 

    특히 "사학법 재개정안을 내지 않았으면 지금까지 계속 밖으로만 돌며 투쟁을 계속하고 있을 것을 생각해봐라. 끔찍하다"는 이 시장의 사학법투쟁 폄하발언은 박 대표의 화를 머리끝까지 차 오르게 한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당이 장외투쟁으로 비판받을 당시 정작 이 시장은 한 발짝 물러서 있었다는 것이 박 대표 측의 불만이다. 당직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이 시장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타고 있고 쓰러져 가는 당을 일으켜 세운 자신의 지지율은 침체돼 있다는 점은 박 대표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이 시장 측으로 당 분위기가 쏠리고 있는데 대한 불만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도 가능하다. 이 시장이 당장 당에 복귀하진 않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7월 전당대회부터 이 시장의 당 장악 시도가 예견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견제가 필요했고 이날 경고도 그 일환이었다는 것. 

    박 대표 측은 "이 시장이 저런 식으로 공격을 해오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며 "계속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이 시장의 당 복귀 시점이 다가오면서 박 대표도 이 시장의 공격을 받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 뒤 "시간이 갈수록 두 사람의 기싸움은 더 치열해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