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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와 정치인 모두가 자숙해야 할 시기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3일 3·1절 골프모임으로 또다시 구설수에 오른 이해찬 국무총리를 사실상 지목하고 나섰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당과 나라에 기강이 섰다는 믿음을 국민이 가질 때 열린당에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고 했다. 지방선거 90여일을 앞두고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사건으로 ‘호재’를 잡는가 싶었더니, 이 총리의 골프가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 의장의 이날 발언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지지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하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이 총리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로 풀이된다. ‘당 지지율 반등의 기미를 왜 스스로 깎아먹느냐’는 것이다.실제 그간 당내에서는 ‘뭐 좀 해볼라 치면 행정부 쪽에서 발목을 잡는다’ ‘행정부가 표 다 깎아먹는다’는 등의 불만이 심심찮게 제기돼 왔었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의 대출조건이 석 달 사이에 세 번씩이나 바뀌면서 중산·서민층의 혼란을 가중시킨 데다가 소주세 인상 문제를 놓고서도 당정간의 말들이 많았던 것 등 정부의 정책혼선이 끊이질 않으면서 곧 당의 지지도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에도 나름의 호재를 잡았지만 이 총리의 골프 구설수로 다 묻히는 형국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번에는 왜 또 총리까지 나섰느냐’는 목소리들이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안, 우상호 대변인은 정 의장이 발언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 표명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정 의장의 발언과 이 총리와의 연계성을 차단했다.
이와 함께 정 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최연희 성추행 사건‘을 옹호하는 듯한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한광원 의원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정 의장은 “당은 공동운명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당을 살리는데 티끌만한 기여라도 모아서 태산같은 당의 새로운 모습을 재건해야 하는데, 어제 부적절한 시기에 부적절한 의사표명으로 당에 부담을 준 한 의원의 행위는 심히 유감스럽다”고 했다.
이날 최고위원들은 한 의원의 글이 적절치 못한 글이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최고위원회의 결의로 경고했다. 이번 경고는 당의 공식적인 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른 징계는 아니고 구두로 경고한 것이다. 이와 관련 서영교 부대변인도 2일 저녁 한 라디오 시사프로에 출연, “솔직히 우리도 당황스러웠다. 한 의원이 어떤 뜻에서 그런 글을 썼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자연의 순리나 본능적인 표현' 운운한 부분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정 의장이 이처럼 강력하게 반응을 보인 데는 지난 2004년 총선을 코앞에 앞둔 시점에서 노인비하 발언으로 한 번 곤욕을 치렀던 바, 이번 성추행 사건도 '주범'은 한나라당인데 자칫 ‘열린당 = 성추행 옹호당’으로 비쳐질까 사전 차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