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의 “현행 대통령의 임기 5년이 너무 길다”는 개헌 시사성 발언이 또다시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야당들은 27일 일제히 노 대통령의 ‘북악산 발언’에 대해 신중하지 못한 언행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노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중간 평가가 아닌 이미지 평가로 국민을 속이는 게임이며 표 싸움”이라고 한 데 대해 “국정운영 실패에 대한 책임 면피용”이라며 “노 대통령이 또 소용돌이 정치를 시작했다”고 성토했다. 한나라당은 5·31 지방선거를 ‘노무현 정권 심판론’으로 이끌려 하고 있다.

    이계진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노 대통령이 한동안 자제하던 말을 해동(解凍)과 함께 내놓으면서 소용돌이 정치를 시작했다”며 “대통령 임기 5년이 길다고 하면서 개헌 추진을 암시했고 선거가 국민을 속이는 게임이라며 민주주의 자체를 부인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은 정치학자도 사랑방 이야기꾼도 아니다”며 “대통령은 모든 일을 헌법에 의해 결정해야 하고 정책으로 말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묵묵히 열심히 사는 국민들을 절망하게 한다”며 “헌법 개정은 차기 대선주자들이 구체적인 일정과 내용을 공약으로 제시해 대선을 통해 국민 평가를 받고 취임 후 국민합의에 따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방선거는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이 돼야 한다”며 “중간 심판을 없애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주장은 국정운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면하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민주노동당도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책임 있고 좀 더 진지해 지길 바란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 발언이 연분홍 치마 봄바람에 흩날리듯 한번 흔들고 말아 버리면 국민들은 권력 구조 문제라든지, 국민들이 나갈 방향에 대해 무엇을 가지고 판단을 하고 장기적 과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고 일갈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앞서서는 개헌발언을 해 놓고 좀 있다가는 개헌할 능력도 생각도 없다고 발언하는 자기분열적 태도를 보여줬다”고 비난했다. 그는 “대통령 임기 문제를 언급했으면 그것은 권력 구조 기본에 대한 지적이다. 대통령이 그냥 한 말 뚝 던지듯이 발언하면 안 된다”며 “국정 최고 책임자로써 책임 있고 진지한 발언 태도를 다시 한 번 당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신임 공동대변인을 맡게 된 이상열 의원도 “개헌에 대한 우회적인 표현으로 개헌은 정치권에서 공식적으로 논의할 사안”이라며 “부적절한 언행”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