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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호남 잡기’ 경쟁이 시작됐다. 같은 ‘뿌리’에서 갈라진 열린당과 민주당은 호남을 정치기반의 공통분모로 두고 있어 이 지역 5·31지방선거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호남에 대한 양당의 구애는 ‘DJ심(心)’ 잡기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대중=호남’으로 상징되는 만큼 김 전 대통령의 마음을 얻는 쪽이 호남 표심도 얻어 지방선거 승리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열린당과 민주당은 김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일에는 즉각적이면서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DJ방북’ 논란이 일자 열린당과 민주당은 김 전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 적극적인 환영의 입장을 나타내면서도 방북 시기를 두고서는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지방선거를 앞둔 미묘한 시점에서 김 전 대통령의 ‘4월 방북’이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DJ 4월 방북’이 열린당에 더 많은 시너지효과를 일으킬 것을 우려한 민주당은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이 6월로 연기되자 안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열린우리 "DJ폄훼한 한나라당과 공조하나" vs 민주 "대연정 제안해 놓고 적반하장"
‘DJ방북’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던 열린당과 민주당은 이번엔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의 ‘DJ치매’ 발언 논란으로 다시 한 번 부딪혔다.
‘DJ치매’ 발언을 계기로 한나라당에 대한 호남지역의 반감을 이용, 표 결집에 나서려는 열린당과 민주당은 경쟁하듯 전 의원을 향해 날선 비난을 쏟아내는 등 공동 행동을 취했다. 양당은 전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하는데도 힘을 모았다. 그러나 곧 김 전 대통령을 향한 애정을 과시하며 서로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다.
열린당은 연일 한나라당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는 동시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연합공천설’을 지적하며 ‘민주당이 DJ를 폄훼한 한나라당과 모종의 거래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꾸준히 호남 구애 작업을 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DJ적자’임을 강조하며 호남을 텃밭으로 이번 지방선거 필승을 노리는 민주당,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것이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의 여러 고위 당직자가 최근 며칠 동안 같은 목소리로 국가 원로, 국가지도자에 대해 비난과 극한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는 배경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없다”며 “이런 한나라당과 연합공천설까지 나올 정도로 공조를 공고히 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민주당도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공격했다.
지난번 탄핵사태로 한나라당과의 연대가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뼈저리게 느낀 민주당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이번 지방선거 ‘호남 필승’ 당 재건의 기틀을 다짐하며 ‘호남 올인’을 선언한 민주당은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안, 6·15남북정상회담에 특검 등을 지적하며 열린당을 향해 ‘적반하장’이라고 불쾌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한나라당과의 연합공천설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한 김 원내대표를 향해서는 그의 부인인 탤런트 최명길씨의 염색약 광고까지 동원해가며 “부인이 머리 염색약 광고에 나가지 말든지 자신이 머리 염색을 하든지 하라. 뻔뻔스럽게 이중성을 드러내지 말고 ‘너나 잘하세요’”라고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동시에 한나라당과의 연합공천설에 대해서는 “구체적 협의도 하지 않았고 어려운 문제”(한화갑 대표) “금시초문으로 생각해 본 일도 없다”(이낙연 원내대표) 등 강력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김 전 대통령을 비난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과 전여옥 의원에 대해 “한나라당을 ‘냉전의 늪’으로 내몰지 마라” “젊어서도 치매가 든다. 국회를 떠나라” 등 비난했다.
양당의 ‘호남 잡기’ 경쟁은 양당 대표의 호남지역 방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북 출신인 열린당 정동영 의장은 25일 광주를 방문해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 헌화·참배와 지방선거 필승 다짐 연날리기 행사를 갖는 등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공략에 시동을 걸었고, 같은 날 민주당 한화갑 대표도 전남 목포에서 열리는 ‘노무현 정부의 민주당 말살규탄집회’에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