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9일자 오피니언면 '조선데스크'란에 이 신문 이선민 문화부 차장이 쓴 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최근 ‘지속 가능한 진보’를 표방하고 출범한 ‘좋은정책포럼’(공동대표 임혁백 고려대교수·김형기 경북대교수)의 발기인은 117명이다. 또 ‘창작과비평’ 그룹의 민족주의 좌파 지식인들이 설립한 ‘세교연구소’(이사장 최원식 인하대교수)의 회원은 45명이다. 

    그리고 30~40대 좌파(左派) 사회과학자들이 조직한 ‘코리아연구원’(원장 임원혁 KDI연구위원)의 연구 인력은 약 30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자체 사무실을 갖고 우리 사회의 중장기 과제들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정기적인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들 뉴레프트 지식인들과 사상·정책에서 대결해야 할 뉴라이트 지식인들의 조직은 ‘뉴라이트싱크넷’(운영위원장 김영호 성신여대교수)이 유일하다. 회원은 약 50명에 이르지만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20명 정도다. 이들은 아직 별도의 사무실은 없으며 그동안 우리 사회의 핫 이슈들을 갖고 6차례의 포럼을 개최했다. 

    뉴라이트와 뉴레프트 지식인들의 조직과 활동이 이처럼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것은 현재 정권을 ‘좌파’가 잡고 있다는 점이다. 권력이 있는 곳에는 사람과 돈이 몰리기 마련이다. 또 좌파 지식인들이 70~80년대에 민주화운동과 학술운동, 학생운동을 통해 인간적·조직적 결집력을 강화해 왔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이에 비해 우파 지식인들이 이념적 공통점을 바탕으로 조직적 활동을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점을 감안해도 우파 지식인들의 조직 활동은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문제의식과 사명감을 가진 우파 지식인이 적은 것은 결코 아니다. 실력과 활동력을 갖춘 우파 학자들은 상당수에 이른다. 다만 조직화되지 못했을 뿐이다. 바다 밑에 숨어 있는 거대한 빙산과 같은 이들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는 것이 뉴라이트 지식인 진영의 당면 과제이다. 

    그러려면 중량감 있는 50대 중·후반 우파 학자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30~50대 우파 지식인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 또 이들은 대부분 ‘뺑뺑이 세대’인 40대 학자들과는 달리 학연·지연을 통해 사람과 돈을 모을 능력을 갖고 있다. 또 이들 중 일부는 80년대 말~90년대 초 국정 운영과 시민운동에 깊이 참여했으며, 그 경험을 이론으로 정리해 왔다. 

    이들의 성과는 지금 우파가 필요로 하는 사상과 정책을 개발하는 데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그리고 뉴레프트의 지도급 인사들은 대부분 50대 학자들이다. 뉴라이트 역시 40대 학자들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계속 지워놓아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뉴라이트’를 고유명사에서 보통명사로 만들어야 한다. ‘뉴라이트’는 특정 우파 사회운동가나 지식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물론 그들의 선구적 역할은 높이 평가해야 하지만 우파 운동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제 보다 많은 사람이 대열에 합류해야 한다. 그래야 ‘뉴라이트’로 불리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젊은 우파 지식인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우파의 쇄신’을 지향하는 사람은 모두 ‘뉴라이트’이다. 우리 사회의 진정한 발전을 염원하는 뉴라이트 지식인들이 국가와 민족의 앞날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이고, 그 지적 성과를 갖고 뉴레프트 지식인들과 경쟁해야 한다. 역사적 사명감을 가진 중진(重鎭) 우파 지식인들이 그 대열의 선두에 설 때 성공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