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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3일자 오피니언면 '기자수첩'란에 이 신문 정치부 이하원 기자가 쓴 '말로만 새로운 한나라당'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옵니다. 당 망신입니다.”
한나라당 정희수 의원이 자신의 동생에게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 120여 명을 면담토록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얼굴을 들지 못했다. 초선인 한 의원은 1일 “작년 (4·30) 재선거 때 그를 당선시키기 위해서 얼마나 당이 노력했는데, 행동을 조심해야 하지 않느냐”며 “당 지도부에서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의원의 이런 희망은 이뤄질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1일에 이어 2일 한나라당 어느 회의에서도 정 의원 사건은 화제가 아니었다. 이계진 대변인은 2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지 묻자 두 손을 내저었다. “전혀 그런 논의는 없었다. 신문 보고 알았는데, 본인이 바빠서 출마 희망자를 검증하기 어려우니 그랬던 것 아닌가.”
한나라당 이해봉 윤리위원장은 1일 조간과 연합뉴스에 이 사실이 보도된 후에도 사건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이 위원장은 “그런 일이 있었느냐, 한번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윤리위는 지난해 ‘윤리의식 강화’를 위한다면서 신설했다.
최연희 사무총장도 “회의할 사안이 아니다. 내 차원에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검토 중” 이라고 말했다. 당직자들의 이런 반응으로 미루어 정 의원 사건은 선관위가 구체적인 조치를 내놓기 전까지는 어물쩍 넘어갈 공산이 크다.
한나라당은 과거 김태환, 곽성문, 박계동, 주성영 의원 등이 물의를 일으켰을 때도 모른 척 눈을 감거나 시간이 해결해 주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파문이 커져도 제대로 된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올해 1월 전면 개정된 한나라당 당 강령에는 ‘새로운 한나라당’이라는 말이 모두 12차례 나온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작년이나 올해나 구태(舊態)에 대한 대처 방식에서 변한 것이 없다. 어떻게 새로워지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