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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박빙의 접전이 될 것이란 예상을 깨고 김한길 의원이 압도적인 표차로 배기선 의원을 누르고 열린우리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됨에 따라 내달 18일 치러지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동영·김근태씨의 당권경쟁의 구도에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 자체가 김 의원을 지지하는 ‘정동영계’와 배 의원을 지원한 ‘김근태계’와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달아 왔던 만큼, 혼전 상황을 보이고 있는 당권경쟁에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이를 계기로 한껏 탄력을 받아 막판 세몰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정동영계 일부에서는 ‘원내대표와 당의장까지 정동영계가 독식하려는 것 아니냐’는 당내 일각의 우려를 감안, 김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를 만류하기도 했었지만 최근의 당권경쟁 판세와 맞물려 원내대표 선출 막판에 세결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원내대표 경선이 초박빙의 접전으로 진행되자, 정동영계 내부의 일부 강경파들을 중심으로 원내대표 당선을 시발로해서 당의장 선거에까지 그 여세를 몰아나가야 하다는 의견이 제기됐으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동영계를 중심으로 한 ‘분위기 몰이’ 및 표결집이 이뤄졌다는 게 당 안팎의 설명이다.
실제 당 일각에서는 당초 김근태 의원이 당 위기 원인에 따른 ‘당권파 책임론’을 운운하며 공격하고 나섰을 때도 대응하지 않았던 정 전 장관이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막판 세몰이 움직임에 나섰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당의 한 관계자는 “최근 당내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 전 장관이 김 근태 의원에게 역전 당한 것으로 나타난 데다가 중반으로 치닫는 당권경쟁에서 분위기가 이상하게 흐른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김한길 의원의 압도적인 원내대표 당선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또 “내달 2일 예비선거 직후 여론조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대세론’으로 몰고 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정동영계는 막판 ‘대세론’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반으로 치닫는 당권경쟁에서 막판 세몰이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김 신임 원내대표도 이날 당선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당내 경선이 쉽지 않네요”라고 말문을 열면서 “박빙이라고 해서 어제 밤 12시까지 (의원들에게 지지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그러나 당내 또 다른 일각에서는 김한길 의원의 압도적인 당선으로 당장 정동영계의 세가 과시된 만큼, 김근태계를 중심으로 한 견제 움직임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당장, 김근태계를 중심으로 한 ‘범개혁세력연대’이 결집한다면 전당대회는 ‘정동영 대 반정동영’의 대결구도로 전개되면서 당의장 경선 이후 심각한 후유증을 불러올 수도 있다. 그러나 후보자가 난립하고 이쪽 저쪽도 아직 확실히 결정하지 못한 의원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합종연횡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이같은 구도는 다소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비교적 중도적인 위치에서 막판까지 지지 후보자를 결정하지 못했던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의견이 '통합'의 배기선 의원보다는 ‘공세적 대야 관계’를 강조해 온 김 의원이 현재의 당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는 데 더 적합하다는 표심으로 나타남에 따라 앞으로의 대야 관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신임 원내대표는 “대부분의 의원이 ‘당이 패배의식으로부터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데 공감했으며 ‘이대로 가서는 안된다’는 걸 실감한 것 같다”면서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데 대한 소감을 피력한 점도 향후 원내운영에 대야강경 자세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김 신임 원내대표는 또 한나라당이 국회 등원의 선결 조건으로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며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데 대해서는 “사학법 재개정을 전제로 한 (국회 등원) 협상은 있을 수 없다”면서 “국회의원이 국회 들어오는 데 특별한 조건이 있을 수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개정할 부분이 있으면 개정안을 제출하고 절차에 따라 논의하면 우리도 성실하고 진지하게 임할 수 있다”면서 ‘선 등원, 후 논의’의 입장을 강조했다. 비록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만나 성의있게 대화 하겠다는 말을 하기는 했지만 한나라당과의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한편, 이날 원내대표 선거는 내달 18일 전당대회에 앞서 예행연습하듯 김진표 교육부총리, 천정배 법무부 장관,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 등 당 소속 장관 겸직 의원직을 비롯해 소속 의원 144명 가운데 141명이 참석했다. 특히 당의장 경선에 도전장을 내민 김부겸 김영춘 의원과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행사장 출입구에 나란히 서서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원외인 정동영 전 장관도 시작 전 일일이 소속 의원들과 악수를 나눴고 김근태 의원도 한 표를 행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