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4일 사설 '정동영, 김근태씨의 환상적인 정책구상'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열린우리당 의장 선거에 출마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22일 “평화체제를 구축해 군병력을 30만~40만 수준으로 줄이면 국방비 감축으로 양극화 해소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역시 의장선거에 출마한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앞서 19일 “개헌을 통해 부동산 공개념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시장주의와 사회복지를 결합한 제3의 길을 가야 한다. 시장만능주의에 빠진 경제 관료들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정·김 양씨는 집권당 의장 자리를 디딤돌로 삼아 대통령 자리에 도전한다는 정치인이다. 따라서 이번의 정책 구상은 그들의 국정운영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이들의 정책 구상을 들으면 과연 이들이 대한민국의 내외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조차 의심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정부가 한미동맹의 내용을 변경, 작전통제권을 환수해 국방의 자주성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오는 2020년까지 무기는 현대화하면서 군 병력을 68만명에서 50만명으로 줄인다는 국방개혁안을 발표한 것이 작년 10월이다. 이 같은 자주 국방의 후속 대비책에 620조원이 소요된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정부· 구상의 전제 자체가 남북관계 전망을 비현실적인 장밋빛으로 그린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정 전 장관은 여기에 더해 양극화 해소에 필요한 재원을 평화체제 구축을 통해 남북이 상호 군축을 실현함으로써 절약할 수 있는 국방예산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정부의 비현실적 자주국방 계획에다 환상적 남북 군축구상을 결합시킨 셈이다. 정 전 장관이 언제 실현될지도 모를 요원한 장래의 남북군축 문제까지 서둘러 끌어올 정도로 양극화 해소재원 마련을 절실하게 생각한다면 ‘자주국방’이라는 구호 한마디를 사용하는 대가로 국방예산을 연간 8~9%씩 늘리는 국방개혁안에 왜 한마디 말이 없었는지 모를 일이다.

    김 전 장관의 언급은 우선 그것이 무슨 뜻인지조차 종잡기 힘들 정도로 무논리적이다. 이 정권의 토지 주택정책에는 이미 상당한 정도로 토지의 공개념이 도입돼 있다. 김 전 장관은 그럼 그걸 어느 정도, 이를테면 토지의 국유화까지 밀고 나가기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는 것인가. 더구나 이 정권의 장관들은 “시장은 완전치 않다”는 대통령 생각을 충실히 복창해온 전도사들이다. 그런 그들조차 ‘시장만능주의자’라고 부른다면 김 전 장관의 경제관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 정권의 경제정책 문제, 특히 양극화 심화 같은 폐해는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오히려 정부의 실패로 해서 빚어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부 경제정책의 실패로 인해 아시아 경쟁국가 가운데 지난 수년간 최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이로 인한 일자리의 감소로 양극화는 더욱 심각한 상태로 치달은 것이다. 그런데도 이 문제를 민간경제의 활력강화로 풀겠다는 구상 대신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란 또 다른 정부 개입강화로 땜질이나 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부의 실패’에 또다시 ‘정부의 실패’를 얹는 것이다. 그런데 김 전 장관이 뒤늦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나선다면 그것은 대통령과 대통령의 충실한 종복인 경제장관들을 문책해야 된다는 말인가.

    정·김 양씨가 한 나라의 대통령 자리에 생각이 있다면 우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