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는 고삐 쥐고 관세는 채찍드는 해美日中, 방향 다른 정책전환경기 보다 제도 리스크 커질 듯대외변수 확대 속 선택의 폭 좁아진 韓 경제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로이터ⓒ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로이터ⓒ연합뉴스
    2026년은 '병오년', 말의 해다.

    말은 신속하지만, 방향을 잘못 잡으면 더 빠르게 우리를 위험으로 데려가는 동물이다. 이는 세계 경제가 맞이한 국면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쉴새없이 움직이는 기수(騎手)와 같다. 그러나 옳은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올해 글로벌 경제를 관통할 키워드로 '비동조화(Divergence)'가 거론된다. 각국의 통화정책은 엇갈리고, 무역정책은 충돌하고 있다. 2026년 세계 경제는 속도가 문제가 아니라 조율되지 않은 질주라는 점에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2025년 하반기 이후 기준금리 인하를 잇따라 단행하며 긴축 사이클의 종료를 알렸다.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고 고용 지표의 과열 신호가 약해지면서 정책 결정의 명분은 변했다. 그러나 연준은 추가 인하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고수하며 정책 속도를 조절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제 시장은 금리 인하 자체보다 연준이 어느 지점에서 멈출 것인지에 주목한다.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통제됐다고 보기 어려운 현재, 통화 완화가 다시 금융 불균형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달러 흐름, 미국 국채금리, 위험자산 선호가 모두 연준의 미묘한 신호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여기에 연준의 차기 체제라는 정치적 변수가 겹친 상황이다. 아직 공식 후임 인선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차기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책 기조를 같이 하는 인물로 채워질 가능성은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이 과거보다 정치 환경에 더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은 시장이 주목하는 지점이다. 이는 통화정책의 방향성뿐 아니라, 정책 신뢰도와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도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통화정책과 함께 2026년 글로벌 경제의 또 다른 축은 트럼프 행정부발(發) 관세 정책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첫 1년 동안 광범위한 품목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했다. 미국 내 산업 보호와 무역적자 축소를 목표로 한 결정이었지만 이는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비용 상승과 교역 둔화라는 부담을 가져왔다.

    다만, 여기에도 변수가 존재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관세 조치에 대해 미국 법원이 대통령의 권한 범위를 문제 삼으며 심리를 진행 중이다. 판결 결과에 따라 정책 수정 가능성도 열려 있다. 관세 정책에도 법적 불확실성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글로벌 기업들과 세계 각국은 미국의 관세가 유지될지, 완화될지, 혹은 새로운 형태로 재편될지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 ▲ 중국과 일본 국기. 출처=로이터ⓒ연합뉴스
    ▲ 중국과 일본 국기. 출처=로이터ⓒ연합뉴스
    고개를 돌려 한국의 주변국을 살펴보면, 중국과 일본은 동시에 경기 둔화를 맞아 각기 다른 선택지로 나아가는 형국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내수 침체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통화 완화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부동산 부문 부실, 지방정부 부채 문제 등 구조적 리스크가 누적된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중장기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대응은 위험 관리 중심의 점진적 조정에 가깝다.

    일본은행은 반대의 고민을 안고 있다. 장기간 유지해 온 초완화 정책에서 벗어나 금리 정상화 논의를 본격화했지만, 예상을 벗어난 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금융시장 안정성이라는 제약도 여전하다.

    일본의 선택은 글로벌 자본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속도보다는 충격 관리에 방점이 찍혀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물가와 성장 사이의 틈바구니에서 통화정책을 운용하느라 고삐를 단단히 틀어쥔 모양새다.

    이처럼 2026년의 글로벌 통화 환경은 과거처럼 동조화된 사이클이 아니라, 국가별로 갈라진 트랙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 같은 환경에서 한국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외부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구조적 위치에 자리한다.

    미국의 통화정책과 관세 정책, 그리고 중국과 일본의 선택은 환율·교역·금융시장을 통해 동시에 한국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한국은행의 정책 판단 역시 이러한 복합 변수를 전제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2026년은 특정 정책이 옳고 그르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해다. 대신 각국의 선택이 어떤 경로로 상호작용하는지가 더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말의 해는 흔히 도약과 속도의 해로 해석된다. 그러나 경제에서 속도는 언제나 위험을 동반한다.

    올해의 핵심은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아니라, 서로 다른 정책들이 어떤 교차점에서 충돌할 것인가다.

    통화와 관세, 정치와 시장이 얽힌 구조 속에서 2026년은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한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