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직자 휴대전화 임의 제출 압박대법원 "위법 수집 전자정보 증거 배제"법조계 "영장 없이 정보 수집, 위헌성"김민석 "대통령 임기 5년, 짧다" … 발언 파장헌법128조 취지와 충돌 논쟁으로 번져
  • ▲ 3박 6일간의 일본·미국 순방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8월 28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김민석 국무총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5.08.28. ⓒ경기 성남=서성진 기자
    ▲ 3박 6일간의 일본·미국 순방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8월 28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김민석 국무총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5.08.28. ⓒ경기 성남=서성진 기자
    조지 오웰은 소설 '1984'를 통해 국가가 정보를 독점하고 감시 권력을 확대할 때 사회가 '빅브라더' 체제로 기울 수 있다는 위험을 경고했다. 여기서 빅브라더는 국가 권력이 정보와 감시를 결합해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을 통제하는 전체주의 권력의 상징으로 사용된다.

    2025년 말 대한민국 공직 사회에서는 정부가 행정권과 인사권을 동원해 기본권을 제약하고 헌법적 한계를 넘어서는 조치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이러한 오웰적 경고가 현실적 우려로 재소환되고 있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무총리실은 지난해 11월 11일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계획을 발표하며 12·3 비상계엄 가담 여부 확인을 위해 49개 중앙행정기관 공직자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업무용 PC는 물론 개인 휴대폰의 자발적 제출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 공개되며 '영장주의 위배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제출 거부 시 대기발령, 직위해제 및 수사 의뢰를 검토하겠다는 총리실의 방침은 실질적 강제성 논란을 키웠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는 이틀 뒤 "대기발령과 직위해제는 상당한 의혹이 있음에도 협조하지 않을 경우이며 휴대전화 미제출 사유로만 해당 조치를 취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해명했으나 의혹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같은 달 17일 "이 대통령이 공직사회를 편 가르기 위해 공직자 휴대전화까지 다 뒤지겠다고 나서고 있다"며 "대한민국 국민의 자유는 어디에 있나"라고 반문했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전화기에는 여러분의 인생 기록이 다 들어있다. 어디서 무슨 짓을 했는지 다 알 수 있다. 이것을 절대로 빼앗기면 안 된다'고 발언한 영상을 재생하며 모순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건 법무법인 건양 대표변호사는 "휴대전화를 보려면 영장이 있어야 되는데 영장을 받을 수가 없으니까 임의제출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그것이야말로 전형적인 검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말이 '임의제출'이지, 임의제출은 자유로운 의사에서 제출하는 것인데 안 하면 불이익 주겠다는 것"이라며 "그 자체로 강요죄가 될 가능성도 있고 헌법상의 사생활의 비밀 사생활의 비밀 규정을 침해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비영장주의적 정보 수집이 향후 '독수독과(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20일 영장 범위를 벗어나 확보한 휴대폰 녹음파일의 증거 능력을 부정하며 공무원 A 씨의 유죄 판결을 파기환송했다(2023도12127).

    대법원은 "피고인들에 대한 뇌물공여 및 뇌물수수 관련 수사는 위법하게 수집된 전자정보를 기초로 개시됐다"며 "이 사건 전자정보가 없었다면 피고인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거나 공소 제기가 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뿐 아니라 이를 토대로 한 자백도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것이다.
  • ▲ 김민석 국무총리. ⓒ이종현 기자
    ▲ 김민석 국무총리. ⓒ이종현 기자
    행정권력을 동원한 공직 사회 장악 논란은 최근 김 총리의 이른바 '임기 연장성' 발언과 맞물리며 권력 구조 개편을 둘러싼 위헌 논쟁으로 비화했다.

    김 총리는 지난해 11월 20일 전남 무안에서 열린 'K-국정 설명회'에서 "지난 총선 전(윤석열 정부 당시)에는 '5년이 너무 길다'고 했는데 요새는 사람들이 '5년이 너무 짧다'고 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헌법 제128조는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명문 규정에도 이재명 정부 내 해석은 엇갈린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헌법 제128조에 대해 "재임 중 대통령에게 적용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게 맞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앞서 조원철 법제처장은 같은 달 국정감사에서 "결국 국민이 결단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라고 답해 논란을 키웠다.

    총리실은 해당 발언이 특정 정부를 지칭한 것이 아니며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행사장 배경 영상에 '5년은 짧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고 국회의원 임기가 4년인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이재명 정부의 임기 연장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정치권에서는 국정을 보좌해야 할 총리가 헌법상 단임제 원칙을 흔드는 '간보기식 발언을' 내놓은 것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김 총리가 공개 석상에서 이 대통령을 두고 '5년이 짧다' '더 했으면 좋겠다'라고 언급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헌법이 정한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선택이나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라고 비판했다. 이어 "권력의 시간은 총리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과 국민이 정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박상호 캡틴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헌법 조항에는 '개정 당시 대통령에게는 적용하지 않는다'라는 조항이 있는데 그것까지 같이 개헌 하자는 취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현재 상태로 그렇게 발언한 것 자체는 위헌적 발언"이라고 진단했다.

    박 변호사는 또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헌법은 신성한 것이고 국가의 가장 근원이 되는 그런 법 체계이기 때문에 이를 존중해야지 이를 이용하거나 또는 정적 제거를 위해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