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준미주 천인혈(金樽美酒 千人血)이요,
    옥반가효 만성고(玉盤佳肴 萬姓膏)라.
    촉루락시 민루락(燭淚落時 民淚落)이요,
    가성고처 원성고(歌聲高處 怨聲高)라.

    금잔에 담긴 향기로운 술은 백성의 피요
    옥쟁반에 담긴 맛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촛대에 촛농 떨어질 때 백성들의 눈물 떨어지고
    노래 소리 높은 곳에 원망의 소리 높더라.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조세 증액을 시사한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연설에 대한 한 네티즌의 ‘소감’이다. ‘춘향전’에서 암행어사 이몽룡이 탐관오리를 꾸짖은 풍자시를 인용해 세금을 더 거두려는 정부를 비판한 것이다.

    이처럼 노 대통령은 양극화 해결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조세 증액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는 지난 18일 노 대통령의 신년연설을 중계한 3개 지상파 채널의 시청률 합계가 21%로 같은 시간대 방영된 TV드라마 시청률(23%)보다 낮았던 것에서도 드러난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더 냉담하다. 네티즌들은 각종 포털사이트와 청와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적반하장이다” “양극화 문제를 최대한 이용하려는 게 진짜 목적이다” “노 대통령은 우리나라 안티(anti)인거 같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양극화 최대한 이용해 정권유지 하려는 게 진짜 목적"

    ‘chiaki486’은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양극화 해결이란 것은 허울 좋은 구실에 불과하다. 오히려 양극화를 계속 유지하면서 그 상태를 최대한 이용하려는 것이 진짜 목적이다”며 “그래야 자신들의 입지가 굳어지기 때문이다. 그게 노무현 정권의 수법이다”고 비난했다.

    ‘chjchj73’은 “노 대통령이 착각하는 게 있다. 대통령은 정치인이 아니다. 한 나라를 이끄는 경영자다”며 “지금의 작태는 입으로 정치적 발언만 일삼고 자기측근들 수고했으니 연금 타 먹게 해준 거 밖에 더 있느냐”고 일갈했다. 그는 “다음 대통령은 정치인 말고 경제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qtvr’은 “양극화는 노 대통령이 잘 이용하던 것 아니냐. 있는 자와 없는 자, 보수와 진보… 이젠 이용가치가 떨어진 것이냐”고 반문했으며 ‘difl5292’는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신념이라기보다 팀을 이끄는 통솔력과 융화력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로 마이웨이로 가겠다는 자체가 독재정권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icyim’은 “노 대통령이 부임한 이후로 양극화가 더 심해진 듯하다”며 “신년연설은 정말 양극화를 부추기는 멋진 연설이었지만 다음번엔 좀 더 늦은 새벽에 하라. 그래야 그나마 민심이 더 오래 갈 듯하다”고 비꼬았다. ‘storm_comet’은 “(노 대통령은) 매일 인터넷을 한다면서 도대체 인터넷으로 뭘 보는 거냐. 인터넷서버 자체가 대한민국 서버가 아니냐”며 “한 나라 대통령이 국민들 생각과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라고 개탄했다.

    ‘한라’는 포털사이트 ‘다음’을 통해 “이 정부는 양극화를 해소하려는 의지가 없다. 오히려 양극화를 부추겨 정권을 10년 더 끌어가려한다”며 “경제를 살리려면 경제전문가에게 힘을 주어야지 정권 모두가 편 가르기에 정신이 없다”고 일갈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세금 인상하려고 신년사했느냐”(‘주부’) “국가 경제 살릴 재간은 없고 국민들 세금 쥐어짤 연구만 하니 참 한심한 지도자다”(‘공약남발의 결과’) 등의 비판 글이 쇄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