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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술년 새해 벽두(1/2) 노무현 대통령은 5개 부처인 과학기술부에 전 청와대비서실장 김우식, 통일부에 NSC 사무차장 이종석, 산업자원부에 열린우리당의장 정세균, 노동부에 전 의원 이상수, 그리고 보건복지부에 유시민 등을 신임 장관으로 임명했다.
이번 개각인사는 집권당 내부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레임덕 현상이 시작되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창당한지 3년밖에 안되는 집권여당 열린우리당은 작년 12월에 날치기로 국회에서 통과된 사학법으로 인해 밖으로는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의 대여공세를 막아야하고 내부적으로는 청와대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내우외환에 처하게 되었다.
국민 여론도 노 대통령의 1.2 개각에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 앤 리서치는 9일 800명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번 개각에 대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51.4%로 "잘됐다고 생각한다"는 응답 12.5%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5개 부처 중 누구의 인선이 가장 잘못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유시민 복지장관 내정자를 꼽은 응답이 40.6%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이상수 노동장관 내정자(14.8%), 정세균 산자장관 내정자(7.9%), 이종석 통일장관 내정자(5.1%), 김우식 과기부총리 내정자(4.8%) 등의 순이었다. 열린우리당 의장 정세균의 징발은 당의 어려움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인사이고 대선자금 비리연루 전과자 이상수에 대한 ‘보은’ 인사라는 말이 많다.
그 중에서도 유시민의 보건복지부 장관 기용에 열린우리당이 온통 벌집을 쑤셔놓은 듯 난리다. 여권에서는 유시민의 입각이 여론의 여당 지지도에 매우 부정적 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된다.
유시민의 입각에 대한 여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이 인사권을 강행한 이유는 향후 레임덕 현상을 방지하면서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놓으려 하지 않으려는 책략이 깔려있다. 청와대는 아예 노골적으로 대권후보군을 다양하게 거론하여 관리하겠다고 선언하여 기존의 정동영-김근태 후보구도에 정세균, 천정배, 유시민을 차기 후보군으로 직접 거명하여 긴장감을 높였다. 집권당내에 대권 경쟁의 다양한 분화를 촉진하면서 임기말까지 노 대통령은 권력누수 현상을 최대한으로 막아보겠다는 심산이다. 가장 좋은 방안은 후보군 다각화를 통해 후보 간 충성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노 대통령은 유시민 입각으로 인해 국민적 지지도가 반토막이 났다고 허탈해 하는 열린우리당의 염려는 어떻게 처리할 것이며 친북, 좌파세력의 세 번째 집권은 어떤 전략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점에 대해서 노 대통령의 복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보건복지부 장관에 유시민의 임명을 둘러싼 소동으로 인해서 여론의 눈총에서 비켜서고 있는 통일부장관에 이종석의 기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개각의 핵심은 유시민이 아니라 이종석인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통일부에 이종석의 기용으로 남북관계에서 획기적 진전이나 돌파구를 마련해 보자는 의중이 깊이 배여 있다. 예를 들어, 남북한의 연방제의 추진이다. 이미 지난 해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은 헌법 제3조의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는 조항을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기 위해 수정할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표명했으며, 또 지난 연말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낮은 단계 연방제와 남북연합을 통합한 행태의 1단계 통일논의에 들어가야한다고 주장해 연방제 통일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연방제를 추진할 핵심 인물로서 최적임자로 발탁된 인물이 바로 이종석(만48세)이다. 이종석이 NSC 사무차장에서 일약 대한민국의 안보. 외교를 총괄하는 통일부장관에 기용되었다는 사안은 중대하다.
그러나 유시민 인사파동에 묻혀서 세인의 관심사에서 벗어나고 있다.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한 여론조사가 아닌 지식인 그룹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를 보아도 그렇다. 그 단적인 좋은 예가 3~4일에 걸친 '교수신문'의 전화를 통한 대학교수 10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에서는 이상수 신임 노동부 장관이 가장 부적절한 인사로 드러났으며, 이종석에 대해서는 다소 긍정적 의견이 나타나면서 여론의 따가운 화살을 비켜가는데 성공했다. 조사에 참여한 교수들 16%는 이종석의 기용을 “통일 정책의 일관성과 전문성을 고려한 적절한 인사였다”고 답했고, 교수들 37%는 “통일정책 일관성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종석은 과연 누구인가. 대공 수사기관의 '이종석 파일'에 의하면, “이종석은 1989년 3월 ‘독립문 연구실’이라는 비밀 아지트를 차려놓고 위장자수간첩 김남식을 통해 북한 원전을 입수, 주체사상. 남조선혁명론. 김일성 항일무장투쟁 등을 집중 교양을 받아 대학 학보 및 잡지 등을 통해서 친북이념을 전파 확산시킨 자”라고 기록하면서 “1994년 9월 세종연구소 연구원으로 임용된 후에는 양비론을 동원, 한겨레신문 등을 통해서 정부의 대북정책 비판, 북한 대남 정책 비호, 국가보안법 철폐 요구 등 활동을 지속하면서 연구소의 대외적 공신력을 이용, 북한 학계 권위자로 행동하면서 1995년, 1997년 두 차례에 걸쳐 북경 남북학술회의에 참가하고 방송 출연 등 활동 반경을 확대해 왔음”으로 적혀있다(월간조선 2003/6).
1994년 9월 이종석은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이 되는 과정에서 임동원 전 국정원장의 도움을 받았고, 그 이후 김대중에 의해 대통령자문위에 발탁, 노무현에 의해 NSC 차장의 중임을 맡아왔다. 이종석은 자신에게 주체사상을 전수해준 위장자수간첩 김남식을 “당대 최고의 북한 전문가”라고 떠받들고 있지만 김남식은 “김일성 수령을 영원한 수령으로 모시는 조건에서 선군 정치는 영원히 지속 될 것”이라는 등 사망할 때(2005.1.7)까지 김일성 영생론 등 친북논리를 전파한 대표적 인물이다.
김대중 시절 2000년 12월 당시 대한적십자사 총재 장충식씨가 북한 대표의 궁핍상을 언론에 흘렸다고 김정일에게 부적격자로 찍혀서 강제로 해임된 것을 비롯하여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상호주의’ 원칙을 들먹였다는 불경죄로 2002년 1월 28일 통일부 장관직에서 110일 만에 해임된 홍순영씨 이래 통일부 장관 임명은 김정일이 좌지우지하게 되었다. 이런 배경 아래 대한민국의 안보와 통일을 좌지우지할 ‘전권’을 갖게 될 통일부장관에 주사파 ‘김일성 추종자’ 이종석이 임명됐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간단히 말해서, 노무현의 대북 정책이 비공식적 밀통 단계를 벗어나 공공연한 야합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이종석의 통일부장관 임명은 ‘연방제 추진’을 본격화 하겠다는 저의를 표면화한 것이 아닌가.
사정이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 야당 정치권은 물론 언론, 방송에서 조차 김일성 추종자 이종석의 통일부 장관 임명이 가져올 국가적 위기와 재앙에 대하여서는 제대로 된 경고나 논평이 희박한 실정이다. 여기에서 유시민 카드로 세인의 관심을 엉뚱한 곳으로 돌려놓은 노무현과 집권 여당 핵심수뇌부의 정치적 책략이 엿보인다.
이종석은 그동안 3년동안 권부에 들어가서 무슨 일을 했나.
첫째,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된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장은 노대통령의 자주적 안보관과 유화적 대북관을 정책에 충실하게 반영하면서 우리 외교·안보의 기본 축을 불과 3년 만에 ‘한미동맹’의 중심으로부터 ‘북의 김정일과의 체제공조’로 급격하게 전환시켰다. 대한민국의 외교·안보전략에 대한 비전과 경험이 없는 그가 대통령의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수십년간 그 분야에서 일한 전문가 장관보다 훨씬 막강한 힘을 행사해 왔다.
둘째, 이종석은 노무현 참여정부내의 자주파의 세력을 강화시켰다. 자주파는 반미, 친북성향의 운동권 출신 파워그룹이다. 그는 이라크 파병 문제를 둘러싸고 빚어진 외교부와 NSC의 충돌에서 윤 영관 외교부 장관을 경질시키는데 기여했다. 그 이후 외교·안보정책 수립과정은 이 차장을 중심으로 한 자주파의 일방 독주가 전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종석과 자주파들은 북한 내부 급변 사태 때 한미연합사의 공동대응 방안을 담으려 했던 ‘작전계획 5029’ 와 주한미군의 한국 밖 전개문제인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방침에 제동과 반대를 통해 한·미 이견의 노출에 불을 댕겼다.
결국, 이 차장이 통일부 장관에다 NSC 상임위원장직까지 겸하면서 명실상부한 대북정책과 안보 정책의 총괄 책임자가 되었으므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청와대와 이종석 신임장관의 눈치를 살피면서 그의 영향력이 현저히 약화될 것이 예상된다. 자칫하면 “외교부의 역량이 부족할 때”(?), ‘명쾌한 지침서’가 두 군데서 나올 형국이다. 과연 부분적 와해 현상을 보이는 한미동맹이 이종석의 전면 등장으로 어떻게 변질될 것인지, 또 북핵 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것이며, 남북관계가 어떤 중대 변화가 있을 것인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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