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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40대 기수론’이니 ‘신40대 기수론’이니 하는 말들이 회자되고 있다. 40대가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니 이런 말들이 세간에 떠도는 것은 문제될 게 없다. 역사적으로 보면 20대에 정치적 성공을 거둔 탁월한 인물들도 적지 않았다. 알렉산더, 한니발, 스키피오, 폼페이우스 같은 그리스-로마시대의 영웅들은 물론 진시황이나 당태종 이세민도 20대에 역사의 중심에 우뚝 섰다. 그러니 설령 ‘20대 기수론’이 나온다고 한들 탓할 계제는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다른 데 있다. 40대 정치인들이 과연 기수론을 외칠 만큼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40대 기수론을 운운하면서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자들은 하나같이 과거 학생운동 경험을 갖고 있다. 특히 1980년대 대학에서 학생운동을 했던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여기에서 이들이 과거에 ‘위수김동’이니 ‘친지김동’이니 하면서 ‘역적질’을 했던 것을 새삼 거론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소위 386세대는 아무리 너그럽게 이해를 하려 해도 이들에게 나라를 맡기기에는 너무나 불안하다.
우선 운동권 출신 40대들은 정치투쟁에는 이골이 날 정도로 경력을 쌓아왔다. 이들의 정치기술은 악랄함, 집요함, 그리고 기만과 폭력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반면에 정작 국가경영에 대한 학습은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한창 국가의 동량으로 성장해야 할 나이에 이들은 조국에 반역하는 길을 택해 노동현장과 감옥을 전전했다. 북한과 내통하는 것을 큰 자랑거리로 여겼었다. 자유민주주의체제인 대한민국을 뒤집어엎고 사회주의 혁명을 획책했던 게 모두가 다 아는 이들의 소위 ‘민주화운동’시절의 진실이다. 그러면 이들은 전향을 했는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는가.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공개적으로 이를 시인한 386정치인을 아직까지 접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도 80년대 가졌던 생각들을 그대로 갖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이들이 사회주의의 이상을 포기한 것 같지도 않다.
오히려 노무현 정권 들어 추진되고 있는 각종 ‘개악 입법’들을 보면 이들이 아직도 80년대의 유습에 깊숙이 물들어 있음을 확인하게 해준다. 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공산주의자들과 하등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예컨대 이들은 모든 사회현상을 계급이론으로 설명하려 한다. 철학에도 부르주아철학과 프롤레타리아철학이 있다. 이들에게 보편적 진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직 민중의 이익만이 ‘진실’일 뿐이다. 국가는 지배계급의 도구이니 해체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노무현 정권이 집요하게 추진하고 있는 대한민국 해체작업은 이들의 80년대 유습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공산주의를 세계관으로 받아들인 자들에게 자본주의를 체제이념으로 선택한 대한민국은 타도의 대상일 뿐이다.
최소한 정치지도자를 꿈꾼다면 우선 국가안보에 대한 투철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헌법적 질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들이 정치적으로 성공하는 것이 대한민국과 무슨 상관이 있을 것인가. 오직 자신들의 출세와 성공, 혹은 정치적 야욕만이 남는 것 아닌가. 실제로 소위 386세대는 국가안보에 대한 인식이 철저하지 못하다. 또한 법에 의한 통치에도 익숙하지 못하다. 이들은 젊은 시절 국가안보를 훼손하는 데는 더없이 용감했다. 불법적 시위와 데모로 영일이 없었다. 그렇게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안보의식이 생기겠는가. 법질서를 존중하는 마음 역시 생기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 아닌가. 그러니 국가보안법을 철폐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고, ‘헌법 위에 국민이 있다‘고 궤변을 늘어놓는 것 아니겠는가. 이들에게 국가안보는 냉전수구세력과 동의어로만 해석될 뿐이다.
소위 운동권 출신 40대 정치인들은 국가지도자로서 너무나 결격사유가 많다. 이들이 국가지도자가 된다면 대한민국에 이로움은 적고 해로움은 넘친다. 우선 이들이 해야 할 일은 오히려 대한민국 앞에 지난 시절 지은 죄를 석고대죄 하는 것이다.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해 손가락을 자르고, '장군님 만세'를 외쳤던 대죄를 온 국민 앞에 고하고 자숙기간을 가져야 한다. 그 자숙기간에 가슴에 손을 얹고 대한민국에 충성할 자세가 돼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스스로 자유민주주의자가 돼 있는지,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생겼는지를 반성해야 한다.
따라서 40대 기수론은 궤변이고 가당찮은 말일 뿐이다. 오히려 지금 대한민국에 요구되는 지도자는 세대에 상관없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으면서 국가경영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이 철저해야 한다. 투철한 국가관을 바탕으로 치열한 국제경쟁체제에서 나라의 미래를 창조적으로 열어갈 사람이어야 한다. 40대 기수론을 외치는 자들은 ‘노무현 정치’의 짝퉁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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