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새 원내사령탑 이재오 원내대표가 당의 변화를 위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취임 하루만인 13일 즉각 주요당직자회의(주당)를 주재하고 향후 한나라당의 대여 투쟁방향 등에 대해 명확한 선을 그었다. 그는 또한 자신의 색깔을 확실히 드러내면서도 박근혜 대표와는 대립각을 세우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진행된 취임 첫 주당에서 한나라당이 ‘사학법 무효투쟁’에 ‘올인’하고 있는 방식에서 벗어나 투쟁범위를 ‘노무현 정권의 실정’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밝혔듯이 당 사학법무효투쟁운동본부에서 마련한 기본적인 투쟁안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오늘 이후 일어나는 사학법 투쟁은 노무현 정부의 실정을 총체적으로 규탄하는 것으로 투쟁 수위를 상향 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약속한 바대로 운동본부 안에 교육권수호 분과가 있는데 이 분과에서 사학법 재개정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며 “재개정안이 마련되면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선출되는대로 재개정안을 놓고 열린당과 협상을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재개정안은 각계각층의 의견을 골고루 담아 열린당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정도로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그는 “당내 현안을 이유로 노무현 정권의 실정을 비켜가지 않겠다”며 “큰 것 중 하나가 ‘황우석 파동’에서 드러난 노무현 정부의 책임문제다. 형식 여하에 구애받지 않고 책임을 추궁해 나가고 모든 증거자료를 수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윤상림 게이트’는 김대중 정권의 ‘이용호 게이트’ 보다 집권층 관련자가 더 많다. 이 문제 적당히 비켜가는 일 없다”며 “노 정권 도덕성의 끝이 어딘지 ‘윤상림 게이트’로 드러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X파일’ 문제도 다시 부각시키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여당 명칭은 있지만 국민과 함께 하는 집권여당의 모습은 없고 서로 따로 놀고 있다. 국민들도 집권여당과 정부를 믿고 인내하는데 한계가 왔다”며 “노 정권의 총체적 국정 실패를 강도높게 책임 추궁하겠다”고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원내대표는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당직자들에게 “박 대표와 당무를 협의하면서 의견이 다를 경우 원내대표가 양보하겠다”며 “선공후사의 정신을 지키겠다”고 공언했다고 이계진 대변인이 전했다. 그는 “(박 대표와) 갈등의 냄새도 나지 않게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출입기자에게 '숙제' 내준 이재오 "기자들도 준비해 오라"
    한나라당 출입기자들이 이재오 신임 원내대표로부터 ‘숙제’를 받았다. 바로 한나라당 회의를 취재하러 올 때 질문 하나씩을 준비해오라는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12일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진행된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한나라당의 회의방식을 ‘일방통행식’에서 ‘쌍방향소통식’으로 바꾸겠다며 기자들에게 질문을 준비해오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의 회의 방침을 보면 처음엔 공개해 주요당직자들이 멘트하고 나서 언론인들이 나가면 비공개로 회의하곤 했는데 방식을 바꾸겠다”며 ‘기자간담회 형식의 주당’을 제안했다.

    그는 “기자들이 궁금하게 있으면 해당 당직자에게 물어보고 질문이 끝나면 회의를 하는 사람들이 마무리 발언을 한 뒤 기자들이 자리를 비켜주면 회의를 진행해 대변인이 발표하는 형식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할 말만 하고 기자들은 나가니까 어색하더라”고 덧붙였다.

    신임 원내대표의 이런 제안에 당혹해하기는 회의에 참석한 주요당직자들 뿐만이 아닌 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첫 번째지만 누구든 좋으니 질문해보라”는 이 원내대표의 말에 기자들은 어색한 웃음만 보이고 아무 질문도 하지 않자, 이 원내대표는 “기자들도 준비를 해 오라. 매일 친박(親朴)이니 반박(反朴)이니 하는 생각만 하지 말고 무엇을 물어볼지 생각해오라”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