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10일자 사설 '대통령이 낙점하는 차세대 지도자'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청와대 윤태영 연설기획담당 비서관이 엊그제 유시민 의원의 보건복지부 장관 기용은 노무현 대통령이 그를 차세대 지도자로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띄운 '준비하는 대통령'이란 글을 통해서다. 그래서 유 의원의 기용을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윤 비서관은 대통령이 레임덕을 두려워해 차세대 지도자를 키우는 데 소극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있다고도 소개했다. 

    한마디로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적절치 못한 주장이다. 차세대 지도자는 엄밀히 말해 국민이 고르는 것이다. 대통령이 낙점해 키운다고 될 일이 아니다. 물론 장래성 있는 누군가를 키우기 위해 적절한 행정 경험을 쌓게 하는 건 국가 장래를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누군가'가 '아무나'이어서는 안 된다. 최소한의 국민적 공감이 있어야 하고 만약 정치적 성향이 문제가 된다면 그것을 뛰어넘는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유 의원은 둘 모두 충족시키지 못했다.

    국가행정은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이지 대통령 개인의 것이 아니다. 그래서 아무리 인사권자라 할지라도 대통령 마음대로 장관 자리를 주어선 안 되는 것이다. 국가행정의 차질은 곧 국민 생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장관 자리가 대선 주자 육성용으로 이용돼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정치실험에 국가행정이 이용되게 놔둘 순 없는 노릇이다. 

    윤 비서관의 글은 형식에도 문제가 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의 영역에서 한참 벗어났다. 특히 유 의원의 복지부 장관 임명은 열린우리당 내 특정 대권 주자 진영이 강하게 반대했다. 그런 상황을 무릅쓰고 임명한 유 의원이 차세대 지도자라고 청와대가 나서서 주장한다면 그의 임명을 반대했던 특정 대선 주자를 청와대가 반대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불안정한 집권 세력 내부의 역학관계를 더 혼란스럽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소지가 충분히 있다. 비서실장. 홍보수석을 비롯해 청와대 비서관들의 언행이 늘 갈등의 불씨가 돼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