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의 표정은 어느 때 보다 밝았고 입가엔 웃음이 가득했다. 이유는 차기 서울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이재오 의원이 원내대표로 방향을 선회했기 때문.

    차기 서울시장 출마를 위한 당내 경선을 앞두고 홍 의원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이 의원이 원내대표로 진로를 바꾸며 홍 의원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당내 경선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이재오-홍준표 두 사람이 정치적 노선을 같이 해왔다는 점에서 이 같은 입장정리는 향후 진행될 경선구도를 더욱 명확히 해줄 뿐 아니라 홍 의원에겐 큰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박근혜 대표-이명박 서울특별시장의 대권 대리전이 될 것이라고 예상돼온 한나라당 차기 서울시장 당내 경선구도 역시 더욱 명확해 지는 모습이다. 홍 의원 측은 이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로 자신에 대한 이 시장의 측면지원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재오-홍준표의 교통정리로 어느 누구보다 한층 홀가분해 진 사람은 바로 이 시장. 이·홍 두 의원 모두 이 시장의 차기 대권에 전폭적인 지원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포스트 이명박'을 둘러싼 두 사람의 전쟁은 이 시장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홍 의원도 "이재오-홍준표가 정리되면 이 시장이 차기 서울시장 출마를 둘러싼 당내 경선에서 어느 후보를 밀어야 할지 명확해 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시장의 입장이 매우 프리해졌다"고도 했다.

    홍 의원 측은 박계동-이재오 의원간의 후보단일화가 명확히 이뤄지지 않은 점도 반기는 분위기다. 이 의원이 원내대표로 방향을 선회했지만 박 의원과의 후보단일화 문제에 대해선 매듭을 짓지 않았기 때문.

    박 의원 측에선 이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로 후보단일화가 박계동 의원으로 정리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의원 측은 "두 사람의 단일화를 추진했던 '15인 회의'에선 단일화가 이 의원 쪽으로 정리돼야 한다는 분위기"라 말하고 있다. 실제 이 의원은 6일 원내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  

    이에 대해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 측 모 의원은 "사실상 박계동-이재오 의원간의 단일화는 이뤄진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홍 의원 측은 이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로 이 의원의 지지세력과 이 시장의 측면지원은 홍 의원에게 쏠릴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는 것.
            
    홍 의원이 그동안 이 의원과의 단일화에 자신감을 내비친 점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홍 의원은 박 의원과의 단일화 작업은 거의 포기한 모습이다. 홍 의원은 이전부터 박 의원과의 단일화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쳐왔다. 박 의원 역시 홍 의원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낮게 전망해왔다.

    현재 박 의원은 박계동-이재오 간 후보단일화가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홍 의원과의 2차 단일화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박·홍 의원 모두 차기 서울시장 출마 의지가 강하고 두 사람간 단일화 성공가능성에 대해서도 낮게 보고 있어 '박계동-홍준표' 단일화 작업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홍 의원과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맹형규 의원의 경우 이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로 인해 다소 침체된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이재오·홍준표·박계동 세 사람이 모두 경선에 참여해 지지층의 분산을 내심 기대해 왔던 만큼 이번 이 의원의 교통정리는 경쟁자인 홍 의원의 경쟁력을 더욱 확대시킬 수 있기 때문.

    따라서 이번 한나라당의 차기 서울시장 출마 당내 경선구도는 '박근혜-이명박' 대리전으로 더욱 굳혀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