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사립학교법 장외투쟁에 끊임없이 ‘딴지’를 걸고 나서는 원희룡 최고위원에 대해 ‘노기’를 드러내며 드디어 폭발했다. 원 최고위원이 한 친노 성향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박 대표의 사학법 장외투쟁을 ‘이념병(病)’이라고 부르며 직격탄을 날린 게 박 대표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5일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원 최고위원에 대한 윤리위 징계, 출당조치 등이 거론되는 등 당 지도부의 극한적인  반감이 표출됐다. 

    박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자마자 원 최고위원을 찾았지만 원 최고위원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불쾌감이 묻어나는 굳은 표정의 박 대표는 “모두 다 본 기사니까 원 최고위원에 대해 오늘은 몇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운을 뗀 뒤 “당 대표가 이념병에 걸렸다는 인신공격식 인터뷰를 했다”며 “비판을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은 도를 넘어섰다고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박 대표는 “(원 최고의원은)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해 열린우리당의 생각을 대변해 왔다”며 “그렇다면 한나라당과 당 대표는 다 잘못했고, 열린당은 다 잘했다는 이야기냐. 한나라당은 나쁘고 열린당은 좋다는 이야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무리 당이 민주화 됐다고 해도 말은 가려서 해야 한다”며 “자기가 소속된 당의 대표에 대해 존경심은 바라지도 않지만 막말은 삼가야 한다”고 질타했다. 

    박 대표는 자신의 발언이 끝날 때까지 원 최고위원이 나타나지 않자, “원 최고위원 왔으면 직접 하려했는데 참석 안하는 모양이지요? 알았다”는 말을 끝으로 입을 닫았다. 

    박 대표가 원 최고위원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이처럼 '불같이' 화를 낸 데는 장외투쟁에 대한 회의론이 당내에서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원 최고위원에 대한 호된 질타로 당내 '잡음'을 차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박 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이규택 최고위원이 ‘바통’을 이어받아 성토를 이어갔다. 이 최고위원은 특히 “내가 나가든지 원 의원이 나가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출당조치’를 시사했다. 이 최고위원은 “막말을 해도 너무 지나치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인사문제와 열린당이 막가는 데에는 한마디도 하지않고 온 당원이 함께 투쟁하는 운동에 찬물을 끼얹고 등에 칼을 꽂고… 이번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지난번에도 사학법 투쟁 문제를 지적해 개인적으로 만나 이야기를 했다. 나이 60 넘은 사람도 엄동설한에 벌벌 떨면서 투쟁하고 있는데 누구를 위한 투쟁이냐고 뒤에서 돌을 던지느냐 했더니 별로 대꾸도 하지 않더라”며 “그것으로 윤리위 제소하고 문제 삼으려 했지만 참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당 차원의 징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회의 시작된 지 10분 가량 지난 뒤에 원 최고위원이 등장하자 회의장에는 일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최고위원은 원 최고위원을 보자마자 “어떻게 된 것이냐. 노 대통령과 열린당이 막가는 것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안하면서 엄동설한에 싸우고 있는 투쟁대열에 찬물을 끼얹고…”라고 쓴소리를 퍼부었다. 그러나 원 최고위원은 입을 굳게 닫았고 회의는 곧바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그동안 박 대표의 강경 투쟁 기조에 대해 “국민들의 피눈물을 봐라” “사학법이 국가정체성을 훼손한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는 등 공공연히 불만을 표출해 왔던 원 최고위원은 지난 3일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박 대표의 사학법 이념투쟁은 병”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박 대표는 편협한 국가정체성 이념에 비춰 자기 틀에 안 맞으면 전부 빨갱이로 본다”며 “박 대표의 이념투쟁은 병이라고 생각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연말만 되면 색깔론으로 강경 보수층에 결집을 요구하며 극단적 대결로 몰아가는 것은 결국 겉 패션과 달리 그 리더십의 저수지 밑바닥에는 과거 회귀적, 대결적, 관념적 이념들이 자리 잡고 있다”며 “나머지는 그저 패션”이라고 박 대표를 쏟아 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