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로고

"밖에서 학교운영권 쥐려는건 빗나간 평등주의환상"

입력 2005-12-28 15:06 | 수정 2005-12-28 15:08
문화일보 28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김종호 논설위원이 쓴 '시론'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이 남긴 교훈의 하나는 정직과 진실에 바탕을 두지 않은 ‘환상’과 ‘신화’의 위험성이 아닌가 싶다. 환상이나 신화는 포장이 화려할수록 그 거짓의 허울을 벗고 적나라한 실체를 드러냈을 때 사회의 충격·절망·배신감 등은 클 수밖에 없다. 황 교수의 논문 조작 혐의가 드러나자 한국 사회 전체가 심리적 공황 상태라고 할 만한 혼란과 혼돈에 빠져든 이유는 더없이 화려했던 그 환상과 신화가 무참하게 깨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황 교수 사건은 한국 사회의 다른 분야에는 진실을 가리고 있는 환상이나 신화가 없는지를 되돌아보게도 한다. 김수환 추기경이 눈물을 흘리며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부끄러워 세계인들 앞에 고개를 들 수 없다”고 지적한 그 사건 외에, 화려하게 꾸민 허위의 장막이 걷히고 흉한 몰골의 실체가 드러났을 때 사회적 분노와 절망감을 불러일으킬 환상이나 신화는 과연 더 없을까. 김 추기경이 “이번 사태는 부정직한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질타한 대로 거짓과 부정직을 진실과 정직으로 조작, 환상을 현실로 오도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을까. 

교육 분야만 해도 그렇다. 평등주의 교육 정책은 환상일 뿐이다. 고등학교 입시의 과열 경쟁을 막고,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며 도입한 고교 평준화 정책이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시행 30년의 역사가 입증한다. 그 결과 중에 가장 뚜렷한 것이 무엇인가. 공교육의 황폐화와 학력의 하향 평준화다. 고교 입시는 과열 경쟁이 완화됐다고 하지만, 대학 입시는 더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 과정에서 사교육비 부담이 줄어들기는커녕 갈수록 늘어나 온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고교나 대학의 서열화를 인위적으로 막아야 한다거나 막을 수 있다는 교육정책 당국의 믿음 역시 근본적으로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마다 재능과 노력의 정도가 다르게 마련이다. 그 경쟁에 따른 결과의 차이는 당연한 것이다. 학생만 그런 것이 아니다. 교사나 교수도 마찬가지다. 고교·대학 등 모든 학교도 우열이 없을 수 없다. 경쟁의 결과로 나타나는 서열화는 강제로 없애겠다고 해서 없어지지 않는다. 세상사에서 일등부터 꼴찌까지 우열에 따른 서열화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다. 고교나 대학이나 획일적인 평준화는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환상이다.

사립학교의 경우에 교사나 교수, 학생,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들이 주인이라는 인식도 엄밀한 의미에서는 환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학교 구성원 모두가 ‘주인 의식’을 갖고 힘을 합쳐 학교를 아끼고 가꾸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소유와 운영의 주체라는 의미의 주인은 재단임이 분명하다. 재단외의 다른 구성원들이 일정한 지분을 가진 주인으로 행세하며 학교의 재산권과 운영권을 행사하려는 것은 빗나간 평등주의에 따른 환상의 결과다. 교사·학부모·주민 대표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가 재단 이사의 4분의 1 이상에 대한 추천권 등을 갖게 한 사학법 개정안이 그 대표적 산물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이 내세우는 ‘참교육’ 역시 환상에 가깝다. 반(反)시장적 교육과 욕설을 일삼는 행태까지도 참교육의 일환으로 믿는 그들은 착각과 다름없는 환상에 빠져 있는 셈이다. 그런 환상을 부추기는 정치권력에 힘입어 전교조의 지나친 권력 집단화도 초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오죽하면 초·중·고 교장들이 23일 성명을 통해 “전교조는 정부 정책을 패퇴시킬 정도의 투쟁력과 조직력을 갖추고 있고, 학교 현장에서는 누구도 그 힘에 맞설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라고까지 털어놓았겠는가. 

교육 분야만 그런 것이 아니다. 북한 김정일 정권에 대한 환상, 통일에 대한 환상 등 실체와 진실을 직시하고 떨쳐버려야 할 환상들이 각 분야에 부지기수인 것이 현실이다. 그 거짓의 허울들을 벗겨내 환상에서 깨어나게 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 과정에 고통이 따를지라도, 사회와 국가에 주는 폐해가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커지고 국민적 분노와 절망감이 더 깊어지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뉴데일리 댓글 운영정책

뉴데일리 경제

대구·경북

메인페이지가 로드됩니다.

로고

뉴데일리TV

칼럼

제약·의료·바이오

선진 한국의 내일을 여는 모임. 한국 선진화 포럼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