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은 고건 전 국무총리를 환영하고 기다린다는 입장이다”(12월 13일 외신클럽 기자회견에서)
    “민주당도 민주당대로 자존심이 있다. 고건이 아니면 민주당이 존립을 못하느냐”(12월 26일 한 라디오프로그램 인터뷰에서)


    정계개편의 핵으로 떠오른 고건 전 총리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한화갑 대표는 ‘고건 영입’에 대해 ‘적극 환영’입장에서 ‘꼭 고건이 아니어도 된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듯한 발언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한 대표는 그동안 고 전 총리에 대해 “같은 식구가 되려면 밥을 같이 지어 먹어야지 와서 밥만 먹으면 한 식구가 되겠는가”라는 ‘무임승차론’ 정도의 경계 모습만 보였지 “민주당은 고 전 총리를 환영하고 기다린다”는 적극적인 영입 입장은 꾸준히 유지해왔다.

    그는 또한 “노총각이 옆의 처녀를 믿고 100년이고 1000년이고 기다릴 수도 없는 것 아니냐”며 노총각의 심정으로 고 전 총리를 기다리겠다는 식으로 고 전 총리의 결단을 압박하기도 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혼자 몸으로 민주당에 들어와서 민주당을 결국 자기 당으로 만들었다”며 ‘노무현 포뮬러’를 따르라는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제시했었다. 다양한 방법으로 고 전 총리에 대한 민주당의 애정을 드러낸 것이다.

    이처럼 고 전 총리에게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며 적극적인 영입 입장을 보였던 한 대표가 26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고 전 총리의 민주당 입당을 묻는 질문에 “그 질문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 주목된다.

    한 대표는 “지금 대통령 후보 없다고 민주당이 없느냐. 왜 자꾸 그것(고건 영입)을 묻는지 모르겠다”며 “민주당도 민주당대로 자존심이 있다. 고건 아니면 민주당이 존립을 못하느냐”고 쏘아 붙이기까지 했다. 고 전 총리 영입에 공을 들이던 한 대표였기에 이 같은 반응은 ‘의외’로까지 받아들여지며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번 한 대표의 발언이 고 전 총리에 대한 일종의 ‘충고성 경고’라고 지적한다.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고 전 총리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니 고 전 총리 스스로 빠른 결단을 내리라는 압박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의 고 전 총리에 대한 결단 압박은 최근 차기 대권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고 전 총리가 이명박 서울특별시장에서 1위 자리를 내주며 꾸준히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민주당과 함께 고 전 총리 영입에 공을 들이며 그의 몸값 상승에 한 몫 했던 국민중심당의 창당 작업이 여러 암초에 부딪히며 지지부진하고 있는 것도 민주당의 ‘꼿꼿한 모습’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 전 총리 영입에 적극적인 당내 한 의원은 한 대표의 발언에 대해 “정치적인 대 선배로서 한 대표가 고 전 총리에게 충고를 한 것으로 안이하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라며 민주당이 더 이상 고 전 총리만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을 것임을 지적했다. 그는 또 “국민중심당의 경우 충북으로의 파급효과가 크지 않고 자유민주연합 김학원 대표와도 다른 입장을 보이는 등 창당 속도가 지지부진하다”며 이런 상황이 고 전 총리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을 좁히는 작용을 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차기 대권을 꿈꾸고 있는 한 대표가 최근 호남 주요 3개 지역 시도당위원장에 친(親)한화갑계를 포진시키는 등 당내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한 것에다 민주당으로 돌아서고 있는 호남 민심이 더해져 자신감을 얻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지적도 있다.

    친고건파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고건 영입에 대한 당의 방침에는 변화가 없지만 한 대표도 대선 후보 중 한 명”이라고 강조한 뒤 “고 전 총리가 정치적 행보를 하지 않고 있기에 민주당으로서도 대선 후보 선출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말”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고 전 총리가 지난 14일 부산 기자간담회에서 당적을 가질 생각이 없다고 분명히 밝힌 점이 민주당 입당 제의에 대한 거절로 받아들여지면서 한 대표가 ‘고건 영입’ 대신 ‘연대’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고 전 총리 영입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이 변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박주선 당 인사영입특별위원장은 “그의 영입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에는 변함없다”고 못 박은 뒤 “고 전 총리의 영입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자 빨리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온 말일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