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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7일자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신상우 전 국회 부의장이 한국야구위원회(KBO) 차기 총재로 사실상 내정됐다. 어제 열린 KBO 이사회에서 추천된 사람이 없어 그간 하마평이 있던 신씨를 내년 1월 3일 차기 이사회에서 총재로 공식 추천키로 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신씨는 한 스포츠신문과 인터뷰에서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해 보고 싶다"며 이미 총재로 선출된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신씨는 잘 알려진 대로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10년 선배다. 야구는 물론 스포츠 관련 업무를 해본 경험이 없다. 한마디로 업무 연관성이나 전문성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그런 인물을 단지 대통령의 동창이라는 이유로 프로야구를 총괄할 단체장에 앉힌대서야 말이 되는가. 이는 야구인들, 나아가 전체 스포츠인에 대한 모욕일 뿐이다.
청와대나 신씨 본인은 이번 내정이 KBO의 결정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신씨가 사실상 단독 출마해 총재로 내정된 게 야구인들의 순수한 결정이라고 믿을 사람은 하나도 없다. 만약 청와대나 대통령 측근이 아무런 개입도 안 했는데 이런 결정이 내려졌다면 이는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치와 무관해야 할 스포츠인들까지 권력의 눈치를 봐야 하는 세상이 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여러 차례 이 정권의 지역 편중 인사를 지적했다. 최근 들어 송기인 신부를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에 임명하는 등 권력 핵심부는 물론 정부산하 기관장 등에 이른바 PK 인사들을 열심히 임명해 왔다. 그럴 때마다 청와대는 "엄격한 역량을 검증해 최적임자를 선발했다"고 반박했다. 물론 권력의 속성상 어느 정도 '자기 사람 챙기기'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입만 열면 개혁을 외치던 참여정부의 인사 수준이 고작 이 정도라면 국민은 허탈해질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선수협회도 신씨의 내정에 반대하고 있는 만큼 신씨 스스로 총재직을 고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그게 노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고 진정 노 대통령을 위한 일임을 신씨는 명심하기 바란다.





